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KIBEX) 2025 가보니
"이름만 수제인 편의점 맥주가 시장 망쳐" 작심발언
저품질 제품과 구분하는 '인증마크제' 실시키로
[서울=뉴시스]동효정 변해정 기자 = "이름만 수제 맥주인 편의점 맥주가 수제 맥주 시장을 망쳤습니다. 소비자 인식 전환을 위해 저품질 제품들과 구분할 수 있는 인증마크제를 도입하겠습니다."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서 수제맥주 부활을 위해 고품질 소규모 맥주에 K-크래프트비어(K-Craft Beer) 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협회는 현재 진행 중인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 한국수제맥주협회 부스에 참여한 양조장을 중심으로 적용하고 이후 개별 제품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을 계기로 양적, 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던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유흥 시장이 위축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가정 시장이 흥행하며 수제맥주가 전체 주류 시장의 4%까지 차지하는 시기도 있었으나, 일명 '편맥(편의점 맥주)'가 난립하면서 현재 주류 시장 내 점유율은 2%까지 하락했다.
실제 국내 대표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는 매출이 하락하며 영업손실 규모가 지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85억원으로 전년(124억)대비 31.5% 줄었고 영업적자는 91억원으로 전년(62억)보다 46.8% 늘면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븐브로이맥주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40억원으로 전년 연간 매출 85억원에서 53% 감소했다. 영업손실액도 25억원에서 45억원으로 늘었다.
이인기 협회장은 "편의점은 기본 30만캔 이상 초기 납품 계약을 하는데 이는 소규모 양조장이 소화할 수 없는 양"이라며 "이를 맞추기 위해 대기업 OEM으로 넘어가면서 다양성은 물론 맛과 품질도 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기업과 일부 중형 맥주회사들이 '수제맥주'라는 이름으로 편의점 캔 맥주 시장에 진출했지만 브랜드 명만 차용해 납품하는 전략을 취한 이른바 '콜라보(협업)' 맥주를 줄줄이 출시해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안겼다"며 "결국엔 수제맥주가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후 소비자들이 수제맥주는 맛 없는 맥주라고 인식하게 되면서 전체 소규모 맥주 업계가 설 자리를 완전히 잃었다"며 "국제 맥주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맛있는 수제맥주들을 살리기 위해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5에 참가한 프레드릭 휘슨(왼쪽) 더랜치브루잉 대표와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 (사진=동효정 기자) 2025.04.10.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1450054578_l.jpg)
국내 소비자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최근 국내 양조장들은 월드비어챔피언십, 유러피언비어스타 등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국제 맥주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쌀, 과일, 채소 등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재료를 사용해 창의적인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는 양조장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안동브루잉컴퍼니는 경북 안동지역에서 나는 '방아잎'에 주목했다. 방아 잎의 독특한 향과 신 맛이 감도는 사워맥주 석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안동브루잉컴퍼니는 장독대를 활용해 맥주를 발효시키는 전통 기법도 적용하고 있다.
이날 박람회에서 만난 프레드릭 휘슨 더랜치브루잉 대표는 프랑스인이지만 대전 카이스트에 물리학을 공부하러 왔다가 한국 수제맥주에 빠졌다. 프레드릭 대표 역시 대전에서 나는 원료를 활용해 대전의 특징을 딴 대덕맥주 등을 제조한다.
마장동에 위치한 메즈나인 브루잉 컴퍼니는 지역 상생을 위해 지역 카페에서 당일 로스팅한 커피빈을 납품받아 엠앤앰이라는 브라운 에일을 만든다.
![[서울=뉴시스]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이 수제맥주 인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동효정 기자) 2025.04.10.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1450065953_l.jpg)
협회는 활발한 인증제를 통해 국내 소비자와 업계의 인식을 전환시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이 회장은 "수제맥주라는 단어가 소비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 인증 마크를 통해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며 "인증마크를 통해 소비자들이 저품질 맥주와 진짜 수제맥주를 구분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양성을 갖춘 맥주 생산을 지속하며 시장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실제 맥주 제조 면허는 지난 2014년 61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195개까지 늘어났다. 수제맥주 생산자들 역시 이번 인증제를 통해 다시 수제맥주 시장이 활성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경주에 위치한 화수브루어리 이화수 대표는 "이전에도 인증제가 있었으나 협회 마크만 표기하고 맛과 품질에 대한 인증은 없었다"며 "이번엔 소비자 관심을 제대로 끌어서 수제맥주 시장이 다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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