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근거리 폭격기 둔 이유 묻는 말엔 "그들이 결정하게 할 것"
'벙커버스터' B-2 폭격기 전진배치 美국방 "이란 핵무기 안 돼"이란 지근거리 폭격기 둔 이유 묻는 말엔 "그들이 결정하게 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란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미국 국방장관이 지하 핵시설 파괴용 '벙커버스터'를 실을 수 있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지근거리에 배치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파나마에서 다수의 B-2 폭격기를 인도양에 전진 배치한 조처가 이란에 대한 메시지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그들(이란)이 결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B-2 폭격기 배치가 이란을 향한 압박 수단이며,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란의 결정에 달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방 언론매체들은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공군기지에 미국이 많게는 6대의 B-2 폭격기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가격과 운용 비용 때문에 미 공군조차 20대만 갖고 있는 핵심 전략자산인 B-2 폭격기의 3분의 1가량이 마음만 먹으면 이란내 핵시설을 폭격할 수 있는 곳에 모인 것이다.
디에고 가르시아섬에서 이란까지의 거리는 4천㎞에 조금 못 미친다.
B-2 폭격기의 항속거리가 약 1만1천㎞로 알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밀하게 이란 영공에 진입해 지하 핵시설을 폭격한 뒤 귀환하는 작전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B-2 폭격기는 무게 12t의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을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유일한 군용기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것(B-2)은 대단한 자산이다. 이건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걸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대통령은 이걸 평화적으로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란과의 핵협상이 오는 11일 개시된다고 발표하면서 협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란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9일에도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지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난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면서 군사적 수단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이스라엘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도 핵협상에 응하려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이 제안한 양국 간의 직접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만을 중재국으로 삼아 간접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정부는 작년 말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기지를 공격하는데 B-2 폭격기를 투입한 적이 있다.
미국 군사매체 워존(TWZ)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달에도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에 배치된 B-2 폭격기를 후티 반군 폭격에 사용했다.
후티 반군을 폭격하는데 쓰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하고 효율이 낮은 무기체계인 까닭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후티 반군의 뒷배인 이란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편을 들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해 온 후티 반군은 미군의 공습으로 지난 8일 최소 13명이 숨진데 이어 10일 새벽에도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이 과정에서 예멘 알자와프 지역에 출현한 미군 MQ-9 리퍼 무인기 한 기를 격추했다며 불타는 잔해가 찍힌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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