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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물질 '아찔' 대학 실험실 사고 반복…안전교육·처벌 강화

뉴시스

입력 2025.04.10 15:58

수정 2025.04.10 15:58

대학교 연구실 사고 연 200건 이상으로 늘어 안전관리자 유명무실…전문가 "안전 의식 교육·처벌 강화해야"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8일 오후 9시 1분께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관 3층에서 황산 누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성동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8일 오후 9시 1분께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관 3층에서 황산 누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성동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강류나 인턴 = 한양대 실험실에서 황산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학생 4명이 다치면서 대학 실험실 사고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대학 실험실 내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서울시 성동구 한양대 실험실에서 황산 폭발이 발생해 실험 중이던 학생 4명이 다쳤다. 이 중 1명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는 중상을 당했고, 3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번 화재는 실험 중 폐용기에 황산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황산이 외부로 유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실 실험실 사고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대학교 연구실 사고가 1003건으로 전체 연구실 사고(1711건)의 59%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46건, 2020년 133건, 2021년 173건, 2022년 196건, 2023년 227건, 2024년 8월 128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대학교별로 보면 서울대 61건, 이화여대 49건, 경북대 42건, 한국과학기술원(KAIST) 39건 등 순으로 많았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실안전법 시행규칙에서 중대사고를 정의하고 있다. 사망사고, 후유장애 1~9급 발생, 3개월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 2명 동시 발생, 3일이상 입원 필요한 부상자 5명 이상 동시 발생 등이 조건이다.

대학에서 발생한 중대사고는 지난 2019년 경북대 화학관 실험실에서 오래된 화학 시로 폐기 중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고로 4명이 다친 가운데 2명은 전신화상, 연기흡입 등, 후유장해 5급과 6급을 각각 판정 받았다.

또 지난 2021년 6월 중앙대에서는 레이저광선 체크 및 마우스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사된 빛에 노출되는 사고로 1명이 망막장애를 입고 후유장애 9급을 판정 받았다. 지난 2023년 6월에도 순천대에서 방전가공기 취급 중 화재가 발생해 이를 소화하던 중 연기를 흡입한 1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줄어들지 않는 연구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연구실 안전에 특화된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지영 대한연구환경안전협회 회장은 "한양대 사고가 밤 늦게 일어났는데 미국, 유럽은 안전관리자나 책임자가 없는 시간에 최대한 위험한 실험을 하지 못하게 한다"며 "특히 화학물질은 이동하거나 폐기할때 사고가 많이 난다. 연구 책임자가 연구 내에서 실제 사용하는 위험성을 교육하고 사용부터 폐기까지 구체적인 교육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6월 연구실에 안전관리자를 두고 정기적인 안전점검, 평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이 개정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험실마다 안전관리자가 지정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보호장비 착용, 실험복, 장갑 등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안전 의식이 낮은 게 현실이다. 안전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회장도 "안전관리자가 지정됐지만 연구자의 실험 하나하나에 관여할 수는 없다. 연구 책임자 별로 안전 관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관리를 세분화해야 한다"라며 "근본적으로는 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법칙을 강화하고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실 사고로 인한 피해 학생에 대한 치료비 등 지원책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양대 이용자들은 "황산 유출이 있다는데 겁난다", "다치신 분은 이제 어떻게 하냐", "대학원 신입생에게 오후 9시에 황산 폐기를 시키는 것이 맞느냐" 등 글이 올라왔다.
한양대 관계자는 "연구실종사자 보험 약관에 따라 치료비 등 피해 보상 관련해 보상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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