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증시가 요동쳤다.
코스피는 10일 하루 만에 6.6% 오르며 2445.06으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관세 충격 전인 지난 4일 종가(2465.42)에 육박한 수치다. 코스닥도 5.97% 상승한 681.79로 마감하며, 4일 종가(687.39) 수준으로 돌아왔다.
다만 시장 전망은 엇갈렸다.
트럼프 관세 공포 끝났나…"바닥 확인"
이날 시장에서는 증시의 변동성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지만, 트럼프 관세로 인한 바닥은 찍은 것으로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지 몇 시간 만에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무역협상을 온건파로 분류되는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및 자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강도 관세가 현실화하기보다는 90일 동안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 시프트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금리 급등 및 주식시장 폭락 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공포 국면 수준을 감안할 때 여진 가능성이 있으나 밸류에이션, 가격, 수급 측면에서 지수 하단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풋(협상을 통한 기존 관세율 완화)'이 나오면서 미국 3대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반등했다. 나스닥 지수의 12%대 반등은 2001년 닷컴버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기도 하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도 "관세 정책의 최대치를 확인했다고 생각하는 시장은 주가지수의 바닥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의 경우,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낮아진 것도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전년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0.79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고조 시기(0.83배)를 밑돌고 있다. P/B가 0.79배를 하회한 기간은 팬데믹 기간에도 40일 남짓이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무역 전쟁에 코스피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최근 10년 이내 P/E 최저점인 7.7배를 고려해도 코스피는 2240선이 록 바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우나 팬데믹 시기를 상기하며 패닉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여전…금리 인하는 더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트럼프의 관세 유예가 90일로 제한했고, 중국과는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에서 중국을 제외하며, 84%의 상호관세율을 다시 125%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도 "끝까지 갈 것"이라며 84%의 보복관세를 다시 높일 전망이다. 2차 무역전쟁이다. 글로벌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전 세계 무역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5%에서 4%로, 내년 4%에서 3.5%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60%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 후에 관세 정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보가 1기 때와 똑같다"며 "2018년의 관세 유예도 90일이었고, 협상으로 가면서 므누신 재무장관으로 주도권이 이동한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낙관론으로 돌아섰을 때, 트럼프는 유예기간도 끝나기 전에 또 관세 부과했다"며 "당시와 같다면, 트럼프는 당분간은 조용하겠지만 90일을 채우기 전에 관세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피벗이 나와야 안심할 수 있다고 봤다. 주식시장 달래기를 떠나 경기 반등 시점과 속도를 가늠하기 위해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관세로 더 높아질 우려도 적지 않다. 제롬 파월 의장도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we don’t need to hurry)'고 언급했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FOMC에서 파월이 피벗을 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경기) 둔화 추이는 맞지만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지 않아 데이터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연준)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관세 유예로 시장의 센티먼트가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피벗에 대한 필요성은 조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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