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2014년 한 버스 운전기사가 승객들로부터 받은 요금 중 일부인 2천400원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17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됐다. 버스 기사는 해고무효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해고는 지나치다며 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에서는 해고가 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고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돼 회사 측이 최종 승소했다. 오래전 이 사건이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함상훈 부장판사가 2심 재판장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회자하고 있다. 온라인 등에서 2심 판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함 후보자는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헌법재판소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출처=연합뉴스)](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1705430892_l.jpg)
'2천400원 판결'은 비슷한 과거 판결로 구설에 올랐던 한 대법관도 재소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첫 대법관 후보로 2022년 임명 제청한 이 대법관도 2011년 버스요금 중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인사청문회 당시 논란이 됐다. 특히 이 판결은 이 대법관이 85만원어치 접대를 받은 검사의 면직 징계를 취소한 판결과 대조를 이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은 버스요금을 대부분 교통카드로 지불하지만, 현금을 쓰던 시절만 해도 버스요금 횡령 사건이 종종 발생했고 횡령액이 소액임에도 고용계약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사건마다 판결의 이유가 있었고,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수십년간 법관 생활을 한 판사의 자질과 능력을 한 가지 판결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판사가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모든 판결에서 완벽할 수도 없다. 그런데 버스요금 판결이 단순히 하나의 판결로만 여겨지지 않은 데는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일화와 겹치면서 대비된 영향이 있다.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진 뒤 문 대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의 과거 발언들이 화제가 됐다. SNS 등을 통해 문 대행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영상이 다시 회자하면서 '그분이 이런 사람이었는지 몰랐다'는 반응도 적잖다. 문 대행은 경남 지역의 독지가 김장하 선생의 장학금을 받은 '김장하 장학생'이다. 그는 2019년 4월 인사청문회에서 "김장하 선생은 자유에 기초해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다"고 했다. 문 대행은 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김 선생이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고 했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은 6년간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기본권 보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다. 정치권은 이 자리를 두고 진영 논리에 매달린 싸움에 여념이 없지만 일반 국민의 바람은 어떻게 보면 소소하다. 단순히 법조문에만 얽매여 판단하지 않고,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평균 이상의 청렴함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그 자리를 맡기 바랄 것이다. 문 대행의 과거 발언에 많은 국민이 호응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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