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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시리아 수교 ‘재건사업·北고립’ 기회..반면 ‘이스라엘·테러단체’ 우려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1 06:00

수정 2025.04.11 06:00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 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과 만나 '한-시리아 수교 공동성명' 서명식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 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과 만나 '한-시리아 수교 공동성명' 서명식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와 시리아가 10일(현지시간) 전격 수교했다. 쿠바에 이어 북한의 오랜 우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으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켰고, 시리아 재건사업에 참여할 기반도 마련했다.

다만 테러단체가 주축인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심, 또 이스라엘과의 무력충돌이 지속되고 있어 자칫 우리 외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韓-시리아, 수교 공동성명.."北 탓에 두절된 양국관계 열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 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과 ‘대한민국과 시리아 간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지난달 18일 수교안이 국무회의를 넘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수교 절차를 마친 것이다.



시리아는 한국의 194번째 수교국으로, 유엔 회원국 중에는 북한을 제외하고 마지막 수교국이 됐다. 지난해 수교한 쿠바와 같이 북한의 오랜 우방국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외교부는 “지난해 쿠바와의 수교 이후 유일한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던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191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수교를 완결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며 “그 동안 북한과의 밀착으로 관계가 두절됐던 시리아와의 양자관계에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리게 됐다”고 짚었다.

韓 '재건 참여·인도적 지원' 선물..시리아 '제재 해제 지원' 요청

조 장관은 수교 공동성명 서명 후 알 샤이바니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발전 방향을 협의했다.

조 장관은 시리아 재건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점, 의약품·의료기기·쌀 등 인도적 물품을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 의사도 전했다. 이번 수교를 계기로 양국관계를 급속히 발전시키기 위한 선물이다.

이에 알-샤이바니 장관은 사의를 표하고 재건사업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자고 화답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아스아드 알 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사진=외교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아스아드 알 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사진=외교부

테러단체 지정 시리아 정부 주축 HTS..韓 "국제사회 요구 부응하라"

국제사회는 시리아 신정부의 안정적인 통치를 도우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이끌던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에 대해 미국과 유엔이 ‘테러단체’ 지정을 풀지 않고 있어서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은 “시리아 신정부를 맡은 세력은 상당히 과격한 성향의 무장단체였다. 민주화와 평화, 인권과는 비교적 거리가 멀다”며 “서방 지원을 받아 생존하기 위해 북한, 러시아와 거리를 두지만 정권이 안정된 후에는 북러에 다가가 서방을 견제하려 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조 장관은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예방해 “시리아가 포용적 정치 프로세스 지속, 극단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및 화학무기 제거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나간다면 시리아 재건 및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한-시리아 외교관계 수립을 환영한다. 새로운 시리아의 출발에 한국의 지지가 긴요하다”며 “이번 수교를 통해 한국과 시리아가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답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외교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외교부

이스라엘, 여전히 시리아 공격.."韓-이스라엘 관계 어려워질 수도"

우리 정부가 시리아와의 수교를 추진한 계기는 시리아 반군이 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하고 과도정부를 꾸린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과도정부를 지원하면서 우리 정부도 지난 2월 22년 만에 대표단을 보내 접촉했고 수교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애초 시리아 과도정부와 축출당한 아사드 정권의 잔존세력 간의 무력충돌, 이스라엘 공격이 지속되는 등 현지 혼란으로 최종적인 외교관계 수립은 올해 안에 마치는 것으로 기한을 넉넉하게 잡았다.

그러다 쿠르드족 주도 무장단체 시리아민주군(SDF)이 과도정부에 합류하며 튀르키예 접경지에서 철수하고, 과도정부도 개각을 단행하며 신정부로 거듭났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여전하지만, 시리아 과도정부가 안정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도 수교를 완료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리아와 수교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스라엘이 여전히 시리아를 적대하며 무력충돌을 벌이는 상황이라서다.
이 소장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스라엘”이라며 “이스라엘이 시리아 남부부터 영토 잠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리아와의 수교로 향후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뉴시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뉴시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