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유급 괜찮아" 세게 나오는 1·2학년 의대생…교육부 머리 지끈

뉴시스

입력 2025.04.11 05:31

수정 2025.04.11 05:31

가톨릭대·성균관대 등 의대생들 "투쟁 의지 굳건" 학생들 "제적도 각오했는데 유급 당해도 괜찮아" 尹파면에 의료계 "미복귀에도 3058명 확정해야" 교육부-복지부 설득·2026학년도 수험생·학부모 눈치 "수험생·학부모에 대한 약속이기도 해…약속 지켜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2025.04.08.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2025.04.08. hwang@newsis.com

[세종=뉴시스]용윤신 강은정 수습 기자 = 의과대학 예과 1·2학년 중심으로 강경투쟁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정부의 의료개혁 동력이 사라지면서 의료계가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또 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2026학년도 모집인원 결정을 앞두고 수험생들의 눈치도 살피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 예과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수업 거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빅5' 의대 중 서울대를 제외한 가톨릭대,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대 및 고려대 의대생 대표들은 지난 9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전히 우리의 투쟁 의지는 굳건하다"며 "정부는 의대생들 간 결속을 갈기갈기 찢으려 하지만, 우리는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아주대 의대 2025학번 학생들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2025학번 학생 일동 성명문'을 내고 신입생 109명이 수강 신청을 포기하고 일체의 수업을 거부하는 등 투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교육부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5058명에서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지난달 말 등록을 완료했으나 보름이 지나도록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않다. 교육부가 예년과 달리 학사유연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각 대학 학사규칙에 따라 유급 처리될 예정이다.

일례로 가톨릭대는 교과목 담당교수가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교과목 4분의 1을 결석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시험에 불응한 경우 유급처리한다. 고려대나 아주대는 의학과 전공교과목 중 최종성적에 'F'가 있는 경우, 고려대는 학기 평균평점이 1.75 미만인 경우에도 유급 대상이다. 결석 및 시험 미응시로 일부 과목을 F 학점 맞으면 학기 말에 유급 통보를 받게 된다.

김홍순 의대교육지원관은 지난 7일 교육부 브리핑에서 "(수업불참 시) 유급을 처리하는 절차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으나 모든 학교에서 원칙대로 유급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학생들은 유급도 불사하겠다며 의지를 보이며 강대강으로 부딪히고 있다.

지방 소재 의대에 다니는 2025학번 A씨는 "의대에 오기 전 몇년씩 투자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도 반년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며 "제적 위험도 있었던 만큼 유급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2024학번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워낙 공부를 잘했던 학생들이라 추후에 또 다시 유급을 받아 제적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부가 정한 전국 대다수 의대가 등록을 마감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앞에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부가 정한 전국 대다수 의대가 등록을 마감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앞에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특히 의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오던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의료계의 목소리는 강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 등 12개 단체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는 지난 7일 정부와 각 정당의 당대표들에게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이번주까지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권주자로서의 첫 행보로 전공의들을 만나 "(실패한 의료개혁에 대해) 정부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이제는 실패한 정책을 끝내고 의료개혁을 정상화의 길로 돌려야 할 때"라며 의료계 주장에 힘을 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윤병주홀에서 열린 학생-전공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4.09.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윤병주홀에서 열린 학생-전공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4.09. ks@newsis.com

하지만 교육부도 물러설 여지가 적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 발표 당시, 3월말까지 학생들이 모두 돌아오게 하겠다며 3058명 회귀안을 강하게 거부하는 보건복지부를 설득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내년 입시도 성큼 다가오면서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압력도 거세어지고 있다.
최근 종로학원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26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모집인원 원점 회귀를 반대하는 의견은 53.5%, 의대 모집정원 미확정으로 입시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답변은 77.7%에 달했다.


정현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생 전원이 돌아와서 수업을 하면 내년에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약속을 의대생들한테만 한 것이 아니고 수험생들에게도 한 것"이라며 "약속 한대로 전원이 돌아와서 전원이 수업하는지를 확인하고 모집인원을 조정하는 등의 대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생 복귀 및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3.0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생 복귀 및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3.07. dahora83@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 eunduck@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