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향을 삼킨 불길, 바다가 지켜낸 삶[뉴시스Pic]

[영덕=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어촌마을 석동방파제에서 산불로 집을 잃은 이상철(70) 씨가 어구를 손질하고 있다.이 씨는 산불이 마을을 덮치던 날 주민들과 함께 해경선을 타고 삼사리 강구중고등학교 대피소로 피난했다. 지금은 창포리 국립청소년해양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잠을 청하며 어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5.04.10. kgb@newsis.com

[영덕=뉴시스] 김금보 기자 =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쪽 끝 바닷가까지 번졌다.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이 산불은 영덕에서야 불길이 멈췄다.

불에 탄 자리마다 깊은 상처가 남았지만,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아온 영덕 주민들은 여전히 그 바다와 함께 삶을 지켜내고 있었다.

주불 진화가 선언된 지 2주가 되어가던 10일 아침, 영덕군 석리 어촌마을 방파제에서는 어구를 손질하던 이성철 씨(70)를 만날 수 있었다.

서울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20년이 넘은 그는, 산불로 집을 잃고 현재는 대피소에서 생활 중이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부터 바닷가에 나와 손에 익은 어구를 정비하고 있었다.

“100년도 넘은 나무인데, 저렇게 탔어.”
마을 꼭대기에 선 그을린 소나무를 가리키며 이 씨는 조용히 말했다.

불에 타버린 고향 풍경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산불이 마을을 덮친 날, 그는 이웃들과 함께 해경선을 타고 바다로 피신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집은 잃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오늘도 그 바다 곁에서 묵묵히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낳아준 고향도, 살려준 것도 결국 바다였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