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용인대 미드필더 김호진(20)은 최근 몇 개월 동안 큰 폭의 성장을 한 선수다. 그는 "꿈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얼떨떨해하면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기서 얻는 가치들을 잘 활용해 더 성장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포항제철고를 나와 용인대에 진학, U리그를 누비는 김호진은 무명에 가까운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는 놀라운 경험을 연달아 하며 단숨에 '유명' 선수가 됐다. 지난해 말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에 출연해 K리그 은퇴 출신 스타들과 함께 뛰었고, 지난 2월에는 2025 U20 아시안컵에 주축으로 출전해 U20 아시안컵 본선 진출 티켓까지 손에 넣었다.
김호진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슈팅스타 출연 전에는 대회를 나가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슈팅스타 방영 후 지난 1월 대학 대회에 나가자 심판분들도 찾아오셔서 '잘 봤다'고 인사해 주셨다. 그 외에도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시쳇말로 자고 일어나니 삶이 달라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월에는 U20 대표팀에 뽑혀, 태극마크를 달고 U20 아시안컵에서 중원을 책임졌다.
김호진은 이 대회 최대 승부처였던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성공시키는 등 활약, 한국이 4강의 성적으로 U20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는 데 기여했다.
아직 프로에 입성하지 않은 젊은 선수가 단기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들뜨기 마련인데 김호진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차분하게 현 상황을 감사히 여기면서도, 이를 발판삼아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슈팅스타'는 은퇴한 K리그 레전드들이 다시 모여 K4리그 팀들로 구성된 가상의 리그에 참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각 회마다 유망주 선수들이 한 명씩 투입, 레전드들과 함께 뛰었는데 김호진도 그중 하나였다. 김호진은 유망주 중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받으며 마지막 회차까지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호진은 "처음에는 대스타 형들과 함께 뛴다는 생각에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냐. 기죽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자'하는 마음을 먹고 뛰었다. 그랬더니 플레이도 더 잘 되고 형들로부터 칭찬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김호진은 스타들 틈바구니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했고, 설기현 코치로부터 "바로 프로에 가도 되겠다"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대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뛴 특별한 경험이 자만심을 부를 법도 한데 그는 겸손했다.
그는 "난 특출난 선수가 아니라고 스스로 늘 되뇐다. 동시에 아직 만족하거나 자만하면 안 되는 단계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계속 낮추고, 더 발전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지금 나를 낮추고 계속 열심히 준비하면 나중에는 높이 올라갈 날이 있을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더불어 그는 달라진 시선과 높아진 관심 등 주변 환경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 수업을 받다가 강의가 없는 빈 시간에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도 신기하다. 심판 등 주변에서 많이 알아보는 게 솔직히 부담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어차피 더 높은 곳에서 좋은 선수가 되려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려면 이런 관심과 부담도 결국은 이겨내야 할 요소다.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오히려 잘됐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슈팅스타와 U20 아시안컵 출전으로) 달라진 상황이 최대한 내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게끔 마인드 세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호진은 또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U리그가 개막한다. 김호진은 "U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데 충실해야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분주히 개막전을 고대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직후에도 그라운드에서 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이어 5개월 뒤엔 칠레에서 열리는 2025 U20 월드컵에 나선다. 한국은 2019 대회에서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앞세워 준우승을, 2023 대회에서 배준호(스토크)와 이영준(그라스호퍼) 등의 활약으로 4강 진출을 이뤄냈다.
김호진은 "우리도 앞선 선배들처럼 U20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도전한다는 입장으로 똘똘 뭉치면 세계를 상대로도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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