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0년만에 기업대출 감소…은행권 '실적 비상등'

뉴스1

입력 2025.04.13 06:02

수정 2025.04.13 06:02

02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02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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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지난달 기업대출이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는 3월 기업대출이 전달보다 줄어든 것은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영업을 축소한 결과라고 해석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대출을 내어줄 의향이 있어도, 정작 '빌리려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올해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 입장에선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기업대출이었다.

그러나 1분기 들어 기업대출 증가세마저 꺾이면서, 실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년 만의 '3월' 기업대출 감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2093억 원으로, 전월(827조7031억 원)보다 2조4938억 원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4년 3월) 8조4408억 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는 5대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3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기업대출 잔액은 1324조3000억 원으로 약 2조1000억 원 감소했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줄어든 것은 2005년 3월(1조2000억 원 감소) 이후 처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처럼 대출 상환이 많은 시점도 아닌데 기업대출 잔액이 줄어든 건 이례적이다"며 "봄은 기업들이 자금 수요가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은행들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다"고 말했다.

건전성 관리?…'수요 실종'이 더 크다

물론 일부 은행이 자본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인 측면도 있다. 최근 환율이 달러당 1480원대 후반까지 오르며, 보통주자본비율(CET1) 방어를 위해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을 조인 사례도 있다.

문제는 전체적인 추세다. CET1 방어가 절실한 곳은 일부인데도, 5대 은행 전반에서 기업대출이 줄거나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1~3월)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9632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9조1817억 원 증가)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올해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영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월별·분기별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장기화…은행권 '실적 비상등'

금융권은 경기 불확실성 장기화 속에서 기업들의 대출 수요 자체가 위축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글로벌 경기 변동성도 영향을 미치며,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1분기부터 기업대출이 정체되면서 향후 실적에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은행마다 올해 1분기 기업대출 목표를 채우지 못해, 경영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융지주 실적을 가를 결정적 변수로 '비은행 부문'을 꼽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갖춘 금융지주와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지주 사이의 실적 격차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