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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를 가다]②'신의 땅' 라싸…포탈라궁 광장의 '오성홍기'

뉴스1

입력 2025.04.13 08:01

수정 2025.04.13 09:56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포탈라궁.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포탈라궁.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포탈라궁 광장 앞에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포탈라궁 광장 앞에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포탈라궁 광장 앞에 중국 전현직 지도부 사진이 담긴 '시짱 평화해방 70주년' 기념 초상화가 자리하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포탈라궁 광장 앞에 중국 전현직 지도부 사진이 담긴 '시짱 평화해방 70주년' 기념 초상화가 자리하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을 찾은 순례객들과 관광객 모습.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을 찾은 순례객들과 관광객 모습.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바코르사원에서 순례객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시짱(티베트) 자치구 성도 라싸에 위치한 바코르사원에서 순례객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편집자주]달라이 라마, 세계의 지붕, 독립운동과 억압의 역사, 중국 내 인권 논란의 핵심 등 티베트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많다. 외국 언론이 현지를 직접 취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영국 로이터통신, 미국 CNN 및 NBC, 일본 교도통신·지지통신 등 10여개 외신 및 중화권 매체를 대상으로 티베트 현지 취재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뉴스1>이 참가해 '신의 땅'으로 불리는 라싸와 린쯔를 다녀왔다. 중국 당국이 보여주는 것만 취재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출장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행간'을 읽으려 노력했다.

며칠에 걸쳐 티베트 취재 내용을 전한다.

(티베트=뉴스1) 정은지 특파원 = 해발 약 3700m에 위치한 웅장한 포탈라궁을 마주하니 시짱(티베트) 자치구 라싸 도착 이후 기자를 괴롭히던 고산병도 한순간에 잊힌 것 같았다.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이 사는 산 포탈라카에서 유래한 포탈라궁은 티베트의 상징이다.

지난달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신의 땅'이라고 불리는 라싸와 린쯔를 다녀왔다. 티베트 지역은 외국 기자에게는 취재는 물론 여행도 쉽게 허용되지 않는 '금단의 땅'으로, 이 곳을 취재하기 위해선 중국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뉴스1은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교도·지지통신, 로이터통신 , CNN, NBC 등 10여개 외신 및 중화권 매체과 함께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시짱 자치구 신문판공실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티베트 최고의 성지인 포탈라궁은 고원분지인 라싸 중심의 홍산(紅山)에 자리하고 있다. 7세기 초, 토번제국의 송첸캄포가 라싸에 터를 잡고 문성공주를 위해 포탈라궁을 세웠는데 건축 면적은 무려 13만㎡에 달하고 13층 건물 높이인 117m에, 동서 360m, 남북 270m의 넓이를 자랑한다. 과거엔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거처였다.

포탈라궁은 현재 라싸 시내 중심 '베이징로'에 위치하고 있다. 티베트 지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3월 27일 저녁 찾은 포탈라궁 광장에선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1959년 티베트 정부의 해체를 공식 선언한 '시짱 100만 농노 해방 기념일' 행사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이 곳에 모인 군인들은 저녁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가에 맞춰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부분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동영상을 찍거나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기념하는 듯했다.

포탈라궁을 정면에서 볼 수 있는 광장의 오른쪽에는 중국 최근 5명의 지도자(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의 사진과 함께 '시짱 평화해방 7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초상이, 왼쪽에는 시진핑 주석의 거대한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광활한 광장에는 수백개의 오성홍기가 펄럭였으며 광장의 남쪽에는 2001년 세워진 '시짱 평화해방기념비'가 자리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21년 집권 후 처음으로 '시짱 평화 해방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시짱을 공개 시찰하고 라싸와 포탈라궁 등을 찾았었다.

충칭에서 왔다고 밝힌 한 관광객은 "모든 중국인들에게 시짱을 방문하는 것은 소원이자 꿈"이라며 "성스러운 곳에 오게 되어 기분이 매우 감격스럽다"고 했다. 장시성 난창에서 왔다는 또 다른 관광객도 "일부러 '농노 해방 기념일'에 맞춰 시짱을 방문하게 됐다"며 "이 곳은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들 모두 짱족이 아닌 한족이었다.

포탈라궁 안으로 들어가면 마니차(불경이 새겨진 티베트 불교 도구)나 염주를 손에 들고 경전을 암송하는 순례객과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포탈라궁은 안정적 운영과 관리를 위해 하루 관람 가능한 관광객을 700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시짱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 곳은 78명의 스님들이 상주하고 있는데, 모두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 4~5년의 수련을 거쳐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포탈라궁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됐는데, 안에는 역대 달라이라마의 유해를 안치한 영탑과 불상, 불경 등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곳을 찾은 순례객들은 '옴마니 분야에 훔(연꽃속의 보석이여)'을 연신 읊조리면서 봉지나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야크버터로 사원의 버터램프를 밝혔다. 버터램프는 티베트 불교에서 무지의 어둠을 쫓는 역할과 죽은 자의 영혼이 죽음과 환생의 중간 지대 바르도를 지나갈 때 길을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

이 곳에서 만난 다수의 순례객들에게보통화(표준 중국어)로 질문을 했으나, 대다수는 중국어로 소통이 불가능했다. 다만 소수의 젊은 순례객들만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당국의 동화 정책 때문일 것이다.

포탈라궁은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중심지지만, 짱족(티베트인)이 아닌 한족과 같은 민족에게는 그저 신기한 관광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 상하이 출신의 한 커플은 "한족이기 때문에 짱족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해 오게 됐다"고 했다.

포탈라궁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조캉사원 앞 바코르 거리도 비슷한 모습이다. 조캉사원은 2008년 티베트 시위 사태의 본거지다. 순례객들은 거리에서 오체투지를 올리며 순례의 길을 걷는다. 오체투지는 땅에 몸을 붙이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는 수행의 하나다. 이들은 이 곳에온 많은 관광객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오체투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객들 주변으로는 짱족의 전통의상을 입고 화려하게 화장을 한 채 기념촬영을 하는 외부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과연 같은 공간인 것이 맞는가 하는 괴리감이 느껴졌다.

포탈라궁 관계자는 "시짱이 '평화 해방'된 후 이 곳은 어둡고 낙후된 상태에서 번영과 발전의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며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티베트의 모습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이뤘고 국민들의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고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불교 성지인 티베트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대목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