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 특사·이란 외무장관 오만서 회담…2017년 이후 첫 고위급 만남
이란 '핵프로그램 제한하는 대신 경제제재 완화' 요구…2015년 핵합의 토대
각각 "긍정적" "건설적" 평가…가자전쟁 맞물린 '고차방정식' 외교해법 기대
美-이란 8년만에 고위급 대면…핵협상 첫발에 중동정세 긴박트럼프 중동 특사·이란 외무장관 오만서 회담…2017년 이후 첫 고위급 만남
이란 '핵프로그램 제한하는 대신 경제제재 완화' 요구…2015년 핵합의 토대
각각 "긍정적" "건설적" 평가…가자전쟁 맞물린 '고차방정식' 외교해법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과 이란이 12일(현지시간) 고위급이 8년 만에 대면하는 핵협상을 성사시키면서 가자지구 전쟁과 맞물려 긴장이 고조돼온 중동 정세가 다시 긴박하게 돌아가게 됐다.
로이터 통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담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이란에서는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고 이날 중재국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도착해 약 2시간 동안 핵 협상을 벌였다.
이날 협상은 처음에는 미국과 이란이 각각 별도 공간에 있으면서 오만 당국자들이 양측을 오가는 간접 대화로 진행되다가 말미에 위트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이 "몇분 동안" 직접 대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후 2017년 9월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간 접촉 이후 약 8년 만에 고위급 대화를 성사시키게 됐다.
이날 협상에서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완화해주는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같은 제안은 대체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타결됐던 핵합의에 토대를 둔 수준이라고 이들 소식통은 설명했다.
양측은 이날 첫 만남을 '긍정적' '건설적'이라고 평가하며 오는 19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회담 이후 NBC 방송에 이란과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에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며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진전된 한 걸음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만에서 진행된 미국과 이란간 고위급 핵 협상과 관련, "그것은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실제 될 때까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도 일단 우호적 반응이 나왔다.
아락치 장관은 이날 회담이 "생산적이고 차분하며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라며 "이란과 미국 양측은 단기간에 합의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회담을 위한) 회담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회담을 중재한 오만의 바르드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양국에 "공정하고 구속력 있는 협정 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의 관점을 좁히고 궁극적으로 지역·세계 평화와 안보, 안정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돼 양측에 감사하다"라며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핵 협상은 초반에 양측 대표단이 각각 별도의 공간에 머무르는 가운데,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교환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담 말미에는 양측이 "몇분 동안"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다만 아락치 장관은 "이는 외교적 관례이며, 우리는 항상 미국 외교관들과 외교적 예절을 지킨다. 이번에도 그런 수준의 인사를 나눈 것"이라고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이처럼 양측이 이날 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짧게나마 대면하면서 핵 협상이 진전 조짐을 보인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는 2023년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의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 간 미사일 공격,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축출 등으로 고조돼 온 중동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다만 여전히 미국과 이란 양측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두고 큰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만약 이번 회담이 실패한다면 중동 정세는 더욱 악화하고 더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공습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튀르키예, 바레인 등 주변국에 "미군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거나 영공·영토를 미군에 허용하면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란 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제한을 가하고 제재를 풀어주는 내용의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체결로 해결되는 듯했으나,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한 데 이어 2021년부터 우라늄 농축도를 준무기급인 60%까지 높이고 비축량도 늘렸다.
러시아 등 다른 국가도 기대 섞인 반응을 내놨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측 국제기구 대표인 미하일 울리야노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오늘 오만에서 회담이 끝난 후 이란과 미국 모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말했다"라며 "이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란과 적대적 관계로 가자지구 전쟁을 사이에 두고 대치해온 이스라엘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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