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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 집행순서 변경 위법 여부는 지휘 당시 기준 판단해야"

뉴시스

입력 2025.04.14 06:00

수정 2025.04.14 06:00

형 집행순서 변경에 누범 기간 해당 쟁점 1·2심 "순서 변경으로 피고인 불리한 처우" 대법 "사후적으로 유불리 평가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04.14.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04.14.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는 지휘 당시 기준으로 살펴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9월 전자충격기, 머그컵을 이용해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쳐 치료일수 미상의 열상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선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가 문제가 됐다.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에 따라 실제 출소일을 기준으로 누범·집행유예 결격 기간에 해당했는데, 변경 지휘 전 징역형의 종료예정일로 보면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462조는 2개 이상의 형을 집행하는 경우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검사는 소속 장관의 허가를 얻어 무거운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을 집행할 수 있다.

A씨는 특수강도죄 등 혐의에 관한 판결이 확정돼 2014년 1월 23일부터 2년 6개월의 징역형이 집행됐다. A씨는 2016년 7월 22일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로 폭행죄로 인한 벌금형, 음주운전 혐의로 인한 벌금형 두 건이 먼저 집행됐다.

이에 A씨의 징역형 집행이 정지되고 벌금형에 대한 노역이 각각 40일과 13일 먼저 집행됐다. 이에 징역형 출소가 노역형 일수 만큼 늦어지게 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가 없었을 경우를 기준으로 누범·집행유예 결격 기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형 집행순서 변경의 취지는 가석방 요건의 조기 성취에 있다고 봐야 하는 점, 집행순서 변경으로 실제 구금일수가 증가한 점 등을 이유로 검사의 지휘가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 집행순서 변경으로 벌금이 완납된 상태에서 '징역형의 형기의 3분의 1 경과'라는 가석방 요건을 갖췄는데 이에 변경 지휘가 반드시 피고인에게 불리한 처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형 집행순서 변경에 관한 검사의 지휘가 위법한지 여부는 변경 지휘가 있었을 당시를 기준으로 변경의 목적·동기·경위, 집행순서 변경에 관한 수형자의 요청이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순서의 변경이 수형자에게 미칠 영향, 형의 시효진행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형의 집행순서 변경 후에 수형자가 새로운 범죄행위를 했다는 등의 우연한 사정을 이유로 사후적인 관점에서 집행순서변경이 수형자에게 미친 영향의 유불리를 평가해 집행순서변경에 관한 지휘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누범으로 처벌되거나 집행유예 결격이라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은 징역형의 집행 종료 후 일정 기간 내에 다시 새로운 범행에 나아갔기 때문"이라며 "사후적으로 누범에 해당하게 되었어도 검사가 변경 지휘 당시부터 피고인에게 의도적으로 또는 부당하게 불이익을 가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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