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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강풍에 전선 불꽃으로 건물 화재, 한전이 손배 책임"

뉴시스

입력 2025.04.15 09:31

수정 2025.04.15 09:31

"보존상 하자, 손배 책임 50%"
김천혁신도시에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김천혁신도시에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김천=뉴시스] 박홍식 기자 = 전신주와 전선 설치·보존상 하자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해당 시설물의 관리 주체인 한국전력공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건물 소유자가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7549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울산에 위치한 한 건물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던 A씨는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발생한 강풍으로 건물 지붕과 한전이 설치, 관리하는 전선 간 마찰이 일어나면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화재로 인해 양조장 설비를 포함한 모든 재산이 소실됐다.

이에 A씨는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A씨는 법원의 소송구조 제도를 통해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전은 이 사건 전선이 2008년 설치된 반면, 건물은 2017년 준공돼 전선 설치 당시 이격 거리를 준수했으며 화재 현장 조사에서도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항변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화재 원인 규명 및 전선에 대한 설치·보존상 하자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했다.

전기·전자 및 화재 조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전선이 건물과 지나치게 근접한 상태로 설치돼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강풍으로 건물과의 접촉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전선이 건조물과 접근상태로 시설된 경우에는 해당 건조물과의 접촉에 의해 생기는 화재의 위험 등이 없도록 일정한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함에도 한전이 이러한 관리·보존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 이 사건 화재의 발생원인 중 하나가 됐다"며 "다만 이 사건 화재는 강풍 등의 자연력과 전선에 대한 보존상 하자가 경합해 발생한 것으로 한전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는 판결을 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해 화재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시설물 설치·보존상의 하자를 입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거리의 전신주와 전선을 살펴보면 전선 간 얽힘, 건축물, 가로수 등과의 이격 거리 미준수 및 접촉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되는데, 관리 주체인 한전은 정기 점검 및 순시를 철저히 실시해 전신주 및 전선의 하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화재 예방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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