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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선에 올인하는 트럼프, 안보전선은?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06:00

수정 2025.04.16 09:18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대통령 4월 2일 '자유의 날' 선포, 경제전선 본격적 확전 나서  
 -그린란드 병합·파나마 운하 통제 등 정책 집중, 과거 안보전선과 거리   
 -트럼프, 한국에도 경제·안보 패키지로 묶어 양자담판 공식 적용 전망
 -경제전선 어느 정도 성과 달성 후 빠른 속도로 안보전선 직행 가능성 
 -한국, 한미동맹 결속력을 유지 경제·안보 아이템 조합 협상력 높여야  
 -한국, 대미 레버리지 아이템 정밀하게 선별, 최적 조합하는 숙제 남아  
 -경제·안보 아이템 해답 찾는 과정, 한국 패싱 선제 차단 차원서도 중요 
 -북한, 미국이 원하는 담판 자리서 무수히 많은 사전조건 제시 가능성 
 -미북 담판 ‘비핵화’보다 ‘핵군축’가능성 높아, 한국 안보이익에 치명적 
 -韓, 트럼프 빠른 전환에 대비 현 경제전선 단계서 안보전선 채비 갖춰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자유의 날(Liberation Day)’ 선포를 통해 경제전선 확전에 나섰다. 지난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트럼프는 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후 경제전선 지대를 확장하던 중 이제 본격적으로 관세 세계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두 가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첫째, 관세전쟁이 치밀한 전략의 결과인가 아니면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거래 시도에 불과한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이 부상하는 것은 트럼프가 관세폭탄 발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관세시행을 유예하는 카드 제시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세전쟁으로 물가상승, 미국제품 경쟁력 저하 등 미국 자신이 직격탄을 맞는 것이 불보듯 뻔한데도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의구심을 자아내는 요인이다.

이러한 혼선이 자꾸 부상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는 있지만 ‘전략’이 부재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분명한 국가 차원의 목표가 있다. 그런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대전략이 부재하고 이런 전략의 부재는 각각의 전술이 불완전하게 집행되는 형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부재는 트럼프라는 1인자에게 모두 의존하는 의사결정구조에 기인한다.

두 번째 질문은 안보전선 관련 문제다. 트럼프는 안보전선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인가? 현시점에서 보면 경제전선 90%, 안보전선 10% 수준으로 정책 우선순위에 경제전선 중심성이 강하다. 안보전선도 북한, 러시아 등 기존의 현상변경시도국의 위협을 상쇄하거나 패권국으로서 안보공공재를 제공하는 등의 과거 미국의 안보전선과는 거리가 멀다. 그린란드 병합, 파나마 운하 통제 등 사실상 MAGA 특화형 팽창주의적 정책에 집중하고, 유라시아와 중동에서 서둘러 지정학적 위기를 봉합하는 것에 치중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만을 보고 안보전선이 본격화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는 것은 위험한 사고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트럼프는 경제와 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서 양자담판을 하려는 공식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4월 8일 트럼프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의제를 동시에 꺼냈는데 이것은 트럼프가 한국을 상대로도 ‘원 패키지(One Package)’ 협상 방식을 실제로 적용할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전선전환의 속도에 있다. 트럼프는 경제전선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안보전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전선 진행속도가 빠른 것처럼 일단 안보전선도 개시되면 그 속도가 무척 빠를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동맹국과 협상을 통해 이익도 쟁취해내야 하는 고난이도 숙제가 현실화된다. 이 숙제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경제 아이템과 안보 아이템을 최적의 조합으로 구성하여 담판의 협상력을 높이는 정교한 시나리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심을 갖거나 혹은 요구하는 것과 한국이 대미 레버리지를 갖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에서 정밀하게 선별한 후 최적으로 조합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우선 경제 아이템으로는 조선, LNG 프로젝트, 원전 등이 있을 것이고, 안보 아이템으로는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분담금, 전략자산 전개, 주한미군 규모, 핵협의그룹(NCG),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질문에 해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동맹과 국익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한국을 패싱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양자협상을 전개하는 최악의 상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책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경제전선에서 펼쳐온 방법을 보면 한 마디로 ‘불확실성’ 극대화로 압축된다. 그런데 이러한 불확실성이 안보전선으로 확대되면 미국과 북한의 담판 성사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추정이 무리도 아니다. 특히 지난 4월 9일 김여정이 언급한 것처럼 ‘완전한 비핵화 망상론’을 펼치는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양자담판 자리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사전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양자담판시 ‘비핵화’보다는 ‘핵군축’ 협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한국의 안보이익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안보전선으로 전환하는 템포가 빠를 것이라는 인식으로 현 경제전선 단계에서부터 안보전선에 단단히 채비를 갖추어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미북거래라는 현실을 마주하지 않도록 지략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