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등 5개국과 우선협상 착수
최선 협상하되 합의는 차기 정부에
최선 협상하되 합의는 차기 정부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대미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일단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했는데 그 기간에 한국 등 5개국과 먼저 협상을 끝낼 생각인 듯하다.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미국의 엄포에 세계 각국이 패닉에 빠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자국의 국채 가격 상승, 물가 급등, 경기침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거나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90일 유예'에 이어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늦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제는 칼자루를 반드시 미국만 가진 형국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이 더 급박한 상황으로 처지가 바뀔 수 있다. 여기에는 희토류 수출금지 등을 앞세운 중국의 강력한 반격도 한몫을 하고 있다.
우리 협상단도 이런 상황 변화를 잘 숙지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어떤 합의를 하고 나서 90일 유예기간이 끝난 뒤 미국이 만에 하나 상호관세를 철회하거나 최소화하면 먼저 합의한 국가가 결코 유리할 수 없다. 미국이 우선협상국으로 꼽은 일본이 느긋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우리 협상단도 조급하게 굴 것 없이 우리의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밀고 당기기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더욱이 우리는 현재 대선을 앞둔 정권교체기에 있다. 정부 대표단이 할 일은 최대한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협상을 진행하되,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 일만큼은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선뜻 미국의 요구를 많이 수용해 합의문을 작성하면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무역협상 외에 비관세장벽이나 알래스카 개발 등 어려운 현안들도 시간 여유를 갖고 줄다리기를 해야 할 것이다. 만약에 타결이 안 되더라도 다른 4개국이나 그보다 뒤에 협상에 나설 나라들의 결과를 보고 최종 타결에 들어가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타국의 선례를 참고해서 그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할 수도 있다.
다만 과도한 지연책이나 요구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마지노선을 준비한 다음 협상하는 것이 국가 간 거래의 기술이기도 하다. 최선의 책략을 찾다 보면 일부러 늦추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미국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상호관세 자체를 철회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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