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단독]HD현대오일뱅크, 2500억 신종자본증권 조달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11:02

수정 2025.04.16 15:38

KB·한투·NH·미래·삼성·하나 등 증권사 6곳 참여..이달 중 발행
재무통 '송명준' 대표 시험대..부채비율 낮게 조율하나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HD현대오일뱅크 제공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HD현대오일뱅크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오일뱅크가 약 2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조달에 나선다.

지난 2024년 10월 2500억원(금리 5.028%)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후 반년 만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나쁘지만 일단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다른 회사채 대비 밀리는 만큼, 부채비율을 낮게 조율할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그룹으로부터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개선 특명을 받은 '재무통'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로서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약 2500억원 규모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이달 중 발행키로 하고, 주관사단을 정했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6곳이 대상이다. 금리는 5% 내외로 정하고, 발행 5년 후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구조다.

금리 수준이 낮아 셀다운(기관투자자에게 재매각) 등 구조화가 어려운 편으로 평가된다. 다른 대기업의 2024년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 수준이 6%를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1%p 가량 낮다. 다만, 우수한 신용등급 및 HD현대그룹과 딜(거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수요는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예정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영구채 성격이 강하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기업의 경우 전방산업의 현금 창출력이 낮아질 때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증시 불안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개선은 송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오일뱅크에서 재무 및 사업기획을 담당했다. HD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에는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을 맡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0조46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2% 감소한 258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해 석유 수요가 급감한 2020년(영업손실 5933억원)을 제외하면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이익이다.

2020년부터 중질유 분해 설비인 HPC 투자로 조단위 자본적지출(CAPEX)을 단행한 것도 재무부담을 가중시켰다. HD현대오일뱅크가 2020년부터 2022년 말까지 HPC 프로젝트에 쓴 CAPEX는 3조4000억원이다. 2020년 SK네트웍스 주유소 사업권 인수도 대규모 현금 지출의 요인으로 꼽힌다.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36.3%에 불과했지만, 2024년 3·4분기 말 230.7%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33.8%에서 46.8%로 늘었다.

그럼에도 한기평은 HD현대오일뱅크가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카본블랙 등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안정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올해부터 우호적인 영업환경 변화도 전망했다. 올해 유가는 전년 대비 하락 및 약보합세가 예상되며 정제마진 회복, 윤활유·카본블랙의 안정적인 스프레드 등이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을 보완하며 수익성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기평은 "2025년 영업현금창출력 개선을 토대로 차입부담을 통제할 전망"이라며 "2024년 말 연결기준 단기상환부담이 높지 않아 유동성 대응능력도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