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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영향, 금사과 사태 재현되나…농민들 "가격 30%는 비싸질 것"

연합뉴스

입력 2025.04.16 12:02

수정 2025.04.16 14:13

농민·유통업 종사자 "10월 추석 전 가격 상승 예상" 사과 농가 "복구에 최소 2년"…피해농가 많아 묘목 품귀 현상도
산불영향, 금사과 사태 재현되나…농민들 "가격 30%는 비싸질 것"
농민·유통업 종사자 "10월 추석 전 가격 상승 예상"
사과 농가 "복구에 최소 2년"…피해농가 많아 묘목 품귀 현상도

(청송·안동=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사과나무가 개화를 못 하거나 개화를 하더라도 사과로 성장하지 못해 올해 수확량이 많이 감소할 것 같습니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 북부 지역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보면서 사과값이 크게 올라 '금사과'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산불 피해를 본 안동·청송·의성·영양·영덕 5개 시·군 사과 재배면적은 전국 사과 재배면적(3만3천㏊)의 28%가량(9천362㏊)을 차지한다.

말라버린 사과꽃 (출처=연합뉴스)
말라버린 사과꽃 (출처=연합뉴스)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청송군을 지난 15일 기자가 찾았다.

청송군은 인접 시군에 비해 해발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커 사과 주산지로 유명하다.



청송사과는 지난해 7만5천t 생산되면서 전국 사과 생산량의 14%를 차지했다.

이날 둘러본 청송군 진보면 산림은 산불로 검은 변해 있었고 곳곳에 심어진 사과나무는 산불 열기에 쪼그라들어 앙상하게 보였다.

이 지역 농민과 유통업 종사자는 오는 10월 추석을 앞두고 사과값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보면 농민 류영우(59)씨는 "지금 사과나무가 개화할 시기지만 산불 열기로 인해 나무 속이 말라버리면서 개화 자체를 못 하거나 개화하더라도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사과로 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썩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수확량이 많이 감소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씨는 "지금은 상인들이 보관하고 있던 사과가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7월부터 올해 기른 사과가 조금씩 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산불로 피해를 많이 입어서 개당 가격이 30%는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류씨는 이어 "작년 상반기에 사과 1개당 1만원씩 하면서 금사과라는 말이 있었는데 올해는 황금사과라고 불릴 것 같다"며 "가격이 올라 판매량이 저조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산불로 사과나무 1천800그루를 잃었다.

산불영향, 금사과 사태 재현되나…농민들 "가격 30%는 비싸질 것" (출처=연합뉴스)
산불영향, 금사과 사태 재현되나…농민들 "가격 30%는 비싸질 것" (출처=연합뉴스)


불에 타 전소된 사과 저온 저장창고 (출처=연합뉴스)
불에 타 전소된 사과 저온 저장창고 (출처=연합뉴스)

금광수(74)씨는 개화했지만 말라버린 사과꽃을 가리키며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이런 상태인 사과나무가 곳곳에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온 저장창고에 있던 10㎏짜리 사과 상자 600개, 5㎏짜리 사과 상자 600개도 몽땅 불에 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씨는 "청송이 사과 생산량이 많은 곳인데 사과밭이며 저온 저장창고까지 피해가 커서 하반기 사과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사과 열매가 맺히더라도 상품성이 없어서 출하를 못 해 물량 자체가 감소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번 산불로 청송군에서만 저온 저장창고 40여개가 탄 것으로 파악됐다.

청송사과를 유통하는 업계에서도 사과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청송농협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직원은 기자에게 "사과 주산지인 청송과 안동이 산불 피해를 본 만큼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불 이후 당장 사과값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면서도 "2023년 탄저병, 2024년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사과값 자체가 많이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운영하는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월 중순 기준 전국도매시장 1㎏ 당 사과 가격은 6천912원으로 평년 같은 시기 대비 2천879원(71%) 상승했다.

4월 중순 기준 소매 평균 가격(10개 기준) 또한 2만8천483원으로 평년 같은 시기 대비 3천508원(14%) 오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열기에 쪼그라든 사과꽃 (출처=연합뉴스)
열기에 쪼그라든 사과꽃 (출처=연합뉴스)

안동지역 사과 농민들도 사과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일부 사과나무는 개화했지만, 재배를 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안동시 임하면 한 사과밭에서 만난 김현근(52)씨는 열기에 말라버린 사과나무 꽃을 만지며 "어렵사리 개화는 했지만 죽은 것"이라며 "이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급량이 부족해져서 금사과 가격으로 값이 오를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씨는 "이 시기에 나무에 꽃이나 잎이 나지 않은 것들은 죽은 나무라 봐야 한다"며 "살아남은 나무도 열기에 속이 말라버려서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사과가 열리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인근 1만6천500㎡ 규모 밭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우태혁(53)씨는 지난해보다 사과값이 30%는 오를 것이고 이러한 현상이 최소 2년간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씨는 "불에 탄 사과나무를 새로 심어도 적은 양이라도 수확하기까지 최소 2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며 "피해 농가가 많아서 묘목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서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비되는 사과나무' (출처=연합뉴스)
'대비되는 사과나무' (출처=연합뉴스)

경북도는 이번 산불로 인한 사과 재배지 피해 면적(14일 18시 기준)을 안동시 791㏊, 의성군 408㏊, 청송군 297㏊, 영양군 36㏊, 영덕군 71㏊로 집계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 사과 재배지 면적에 대비해 현재까지 산불 피해 면적은 8%가량 되는 걸로 추산하고 있다"며 "앞으로 피해 면적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사과값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북도 다른 관계자는 "산불 피해가 없는 다른 지역의 사과 작황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해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훼손된 나무에는 파란색 표기 (출처=연합뉴스)
훼손된 나무에는 파란색 표기 (출처=연합뉴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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