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 예상보다 적은 후보들이 등록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이름값 있는 후보들이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초 당이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덕수 차출론' 등 빅텐트 시나리오가 제기되면서 잠룡들의 의지가 꺾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기에 주요 주자들도 '빅텐트'를 먼저 언급하면서 스스로 가치를 깎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16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서류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선관위에 후보자 신청을 한 주자들은 총 11명이다. 이날 탈락한 3명은 강성현 전 국회의원 후보자, 김민숙 전 서영대 초빙교수, 정일권 전 민족통일촉진본부 홍보실장으로 당은 "국민 여론, 당직 경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 20여명의 주자들이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잠룡으로 거론됐던 김기현·윤상현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국민의힘 경선 참여가 기정사실화 됐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불참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망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당초 국민의힘의 계획은 최대한 많은 후보를 경선에 참여시켜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후보간 토론과 정책 대결로 최대한 이슈를 많이 만들어내 당 지지도를 올리는 계획이다. 하지만 유력 주자들이 빠지면서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덕수 차출론'을 비롯한 빅텐트 시나리오가 너무 이르게 제기되면서 후보들의 의욕이 꺾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 마음을 먹은 것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 시나리오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모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한덕수 카드가 뜨면서 나머지 주자들이 모두 '도토리'가 되어버렸다"며 "한덕수라는 패도 공개가 된 데다, 유력 후보들도 불출마하면서 당내 경선 흥행까지 어려워졌다"고 혀를 찼다.
모 보수진영 관계자는 "빅텐트 시나리오를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경선에 먼저 집중해서 지지율을 올려놔야 한다"며 "당이 일부러 공직자 사퇴 시한 전에 경선이 끝나도록 계획을 잡아뒀는데, 아쉽게 됐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군소 후보들까지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선 출마를 고려하던 모 인사는 뉴스1에 "컨벤션 효과가 일어나려면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조성했어야 했는데, 당이 후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인사는 "정말 당이 흥행을 시킬 계획이 있었다면 여론조사에서의 역선택 방지조항 수정도 생각해 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주자들이 빅텐트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면서 경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주자들 스스로 경선의 중요성을 격하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후보간 TV 토론이 본격화하면 다시 흥행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는 19~20일간 각 주자들은 조별로 TV 토론을 진행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흥행을 위해 '밸런스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모 국민의힘 의원은 "주요 주자들이 불출마를 선택한 것은 안타깝지만, 막상 TV 토론이 진행되면 주목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 등 불출마를 선택한 이들이 어떤 후보를 돕는지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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