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돈줄 마른 정유사 '빚 돌려막기'.. 3~4%대 금리 회사채로 버틴다

강구귀 기자,

권준호 기자,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18:23

수정 2025.04.16 18:23

글로벌 석유 수요 부진 장기화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업계의 '빚 돌려막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또는 회사채 차환으로 기존 채권 상환에 급급한 모습이다. 향후 신용등급 하락까지 이어질 경우 회사채 발행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 악순환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회사채 잔액은 총 2조3400억원으로 당장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차례로 회사채 만기 총 1600억원어치가 돌아온다. 모두 2018~2020년 발행했던 물량이다.

이어 내년에만 65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기업어음(CP) 잔액은 4000억원에 이른다. CP 만기는 주로 10일 내 및 3개월 이내로, 초단기채가 주를 이룬다.

SK이노베이션의 회사채 잔액은 총 2조920억원가량이다. SK이노베이션이 2022년 7월 27일 26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회사채 'SK이노베이션11-1'은 7월 25일 만기다. 내년에는 7300억원 규모의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3개월 내 돌아오는 CP 잔액도 5500억원가량이다.

GS칼텍스가 2015년 4월 28일 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GS칼텍스의 회사채 잔액은 1조2700억원가량이다. 500억원 규모 'GS칼텍스135-3'은 오는 28일이 만기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를 합한 3개월 내 회사채 만기는 3100억원에 달한다. 내년 만기도래 규모는 3900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아이지이는 SK E&S 자회사 시절인 2022년 4월 1300억원 규모 아이지이 제1~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녹색채권)를 이자율 4.011%로 발행했는데 오는 22일이 만기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시황 반등이 더딘 상황에서 본업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이 29조원에 이른다. DB증권은 올해 3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는 3월 14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 등급인 'Baa3'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내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업종이 그동안 1%대 회사채를 찍어 버텼지만 이제 차환을 통해 3~4%대로 버텨야 되는 시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을 고려했을 때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일부 부문 매각을 넘어 '빅딜'을 통한 질서 있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DB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유의 단기 부진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이 약화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4월 관세 부과 이슈로 침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신규 회사채 발행은 기존 회사채를 막는 차원으로 사용한다"며 "SK이노베이션 회사 자체에는 자금이 있지만 회사채 상환용으로 쓸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의 회사채 발행은 만기 회사채를 갚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대주주 쉐브론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GS칼텍스는 상장사가 아니라서 (갚을) 현금은 있지만 이를 다 갚고 나면 사내 보유한 현금이 줄어들고 배당이 줄어 쉐브론이 회사채를 보유현금으로 상환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이자를 내고 적절한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김현정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