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 수출 허가제 무기한 시행
美증시 상장 中기업 퇴출도 검토
中 관세협상 ‘버티기’에 대응나서
관세 공격으로 중국을 옥죄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수출통제에 나서며 고삐를 바짝 당겼다. 현지에서는 뉴욕 증시에서 중국 기업을 퇴출하는 논의까지 시작된 가운데 관련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美증시 상장 中기업 퇴출도 검토
中 관세협상 ‘버티기’에 대응나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발표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는 인공지능(AI) 개발·구동용 반도체 'H20'과 관련해 새로운 수출 허가제를 무기한 시행한다고 밝혔다. AMD의 'MI308' 반도체도 허가 대상에 포함됐다. 두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에 해당 제품을 수출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으로 가는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했다.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은 H20을 비롯해 성능을 낮춘 제품을 중국에 팔았다. 지난 1월 저렴한 AI 모델로 미국 기업들을 놀라게 한 중국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딥시크는 AI 학습에 H20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박은 증시로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을 쫓아내는 논의가 최근 정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7일 기준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6개다. 이들의 총시가총액은 1조1000억달러(약 1570조원)에 달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 증시 퇴출 가능성에 대해 "난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측근으로 유명한 미국 투자자 케빈 오리어리 오셰어스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을 쫓아내면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오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이러한 강경책을 동원하면 금융계와 관련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엔비디아는 15일 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오는 27일 끝나는 회계 분기와 관련, "재고, 구매 약정 및 관련 준비금 부분에서 H20 제품과 관련해 최대 약 55억달러(약 7조8490억원)의 비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주가는 15일 1.35% 상승 마감했으나 수출규제 소식이 나오자 장외거래에서 6% 이상 추락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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