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관세전쟁 전 실탄 채운다.. 정유 빅3, 1조3천억 조달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18:27

수정 2025.04.16 18:27

HD현대오일뱅크 2500억 규모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 발행
SK이노·GS칼텍스 회사채 1조
中 물량폭탄 등 악재에 선제대응
관세전쟁 전 실탄 채운다.. 정유 빅3, 1조3천억 조달
국내 정유기업 3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을 타개하기 위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실탄 확충에 나섰다. 원자재를 포함한 모든 자산이 급락하고, 유가도 일주일 동안 10% 넘게 조정되는 상황 속 선제대응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2월부터 러시아 제재 완화를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중국·인도 외 아시아향 원유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이달 중 약 2500억원 규모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키로 했다.

지난 2024년 10월 2500억원(금리 5.028%)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후 반년 만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나쁘지만 일단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다른 회사채 대비 밀리는 만큼 부채비율을 낮게 조율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발 공급과잉과 저가공세로 석유화학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향했던 중국 제품들이 관세장벽을 넘지 못하고 아시아권에 물량폭탄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적자에 허덕이는 시기 추가 악재를 만난 탓에 미리 재무적 대비에 나선 것이다.

우선 HD현대오일뱅크 신종자본증권 주관사단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6곳으로 선정됐다. 금리는 5% 내외로 정하고, 발행 5년 후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키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영구채 성격이 강하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자본확충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기업의 경우 전방산업의 현금창출력이 낮아질 때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증시 불안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0조46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2% 감소한 258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해 석유 수요가 급감한 2020년(영업손실 5933억원)을 제외하면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이익이다.

SK이노베이션은 4000억원(최대 8000억원), GS칼텍스는 1200억원(최대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할 계획이지만, 국내 기관투자자의 오버부킹(초과청약)이 예상돼 최대 규모 증액이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만 해도 최대 1조원을 기관으로부터 빌리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2일 수요예측을 통해 30일에 2, 3, 5, 10년물을 발행한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이다. GS칼텍스는 22일 수요예측을 실시해 29일에 2, 3, 5년물을 발행한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아이지이는 SK이노베이션의 원리금 지급보증을 받아 21일 8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전액 채무상환 목적으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SK증권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기업 입장에서 40~50달러대 유가는 결코 달가울 수 없다. 이들은 수요가 훼손되지 않을 수준에서 유가가 높을수록 우호적"이라며 "지난 10년간 손익분기점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최근 3~4년간 강조해 온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배당금 및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유가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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