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유능하고 강한 AI의 등장… 일자리 양극화 더 심해질 것" [미리보는 2025 FIND]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18:31

수정 2025.04.16 18:31

마틴 포드 AI 전문 미래학자
AI 대부분 근로자보다 유능해
인류, 실업·불완전고용 불가피
새 일자리는 전문기술·재능 필수
韓, 금융 등 AI 도입 분야 늘려야
업무환경 바뀌고 생산성 높아져
은행, 더 풍성한 서비스 제공 가능
"유능하고 강한 AI의 등장… 일자리 양극화 더 심해질 것" [미리보는 2025 FIND]
"인공지능(AI)은 대부분 근로자보다 더 유능하고 경제적으로도 (기업이) 이용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상당수 노동력이 실업이나 불완전고용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베트스셀러 작가이자 AI 미래학자인 마틴 포드(사진)는 16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AI 시대가 일자리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이 15년 넘게 주장해온 핵심"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아직 AI혁명은 초기 단계라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I로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보다 AI가 파괴하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마틴 포드는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리는 '2025 FIND·26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AI가 미국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마틴 포드는 "현재 미국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그래픽디자인 분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례가 있다"면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쯤 메타의 AI는 코드를 작성하는 중간급 엔지니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는데 AI가 중간급 엔지니어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면 많은 사무직 일도 수행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기업들은 가까운 미래에 AI가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저서 '로봇의 지배'를 통해 AI를 '전기'와 비교한 마틴 포드는 AI가 전기처럼 경제·사회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전기는 정적이고 예측가능하고 대체가능한 상품인 반면, AI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더 강력하고 유능할 것"이라며 "AI 영향은 전기 도입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고 극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산업용 로봇과 자동차공장 자동화를 도입한 선두주자로, AI를 금융 등 비제조 분야에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마틴 포드와의 일문일답.

―AI를 전기에 빗댔는데.

▲AI가 전기처럼 체계적이고 범용적인 기술이 되고 있다. AI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에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고, 전기처럼 우리 일상 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AI와 전기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도 있다. 전기는 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대체 가능한 상품인 반면, AI는 끊임없이 발전하며 더 강력하고 유능해지고 있다. 따라서 AI 영향은 전기 도입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극적일 것이다.

―AI가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 임금을 올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다. 반면 인간을 능가한 AI가 인간 일자리를 뺏으면서 구조적 실업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맞서고 있다.

▲AI 시대가 일자리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이 15년 넘게 주장해온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AI는 대부분 근로자보다 더 유능하고 경제적으로도 이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적어도 비교적 일상적인 직종에 그렇다. 결국 상당수 노동력은 실업이나 불완전고용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AI 혁명의 초기 단계다. AI 역량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AI의 새로운 역량을 완전히 이해하고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파괴하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겠지만 그 수는 줄어들 것이다. 또 AI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전문적인 기술이나 재능을 필요로 할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미국에서 AI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나.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례가 있다. 아직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통계적 영향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없다. 다만 기업들이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영향을 예상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예를 들어 마크 저커버그는 한 인터뷰에서 "2025년이면 메타를 비롯한 이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기업들은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중간급 엔지니어 역할을 할 수 있는 AI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중간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다른 많은 사무직 업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금융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AI는 금융 분야 일자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업무를 AI로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금융 분야 근로자들의 업무 유형도 AI로 처리할 수 있다. 업무 환경 변화에 따라 금융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다. 또 AI를 통해 중요한 운영 데이터를 보유하면서 은행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AI 시대에 더 유망한 산업은.

▲대부분 산업이 AI 기술을 온전히 수용해 AI 시대에 더 번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노동력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지다.

―한국정부와 산업계는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 AI의 현주소를 평가하면.

▲한국은 이미 산업용 로봇, 공장자동화 도입 분야에서 선두주자다. 앞으로 과제는 AI를 활용해 로봇 분야를 더 강력하고 생산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금융, 의료 등 비제조업 분야에도 AI를 도입하는 것이다. AI 혁신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혁신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AI 도입 측면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의 AI 이미지가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AI 지식재산권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AI시대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현재 미국에서도 AI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다.
AI 혁신과 지식재산권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찾아내는 법 체계가 필요하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