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줄줄 새는 실업급여·산재, 방치하는 공직자가 문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6 19:14

수정 2025.04.16 19:14

실업급여 부정수급 작년 323억원
90대 노인도 난청 산재 인정받아
최근 5년간 실업급여 수급 현황. (자료=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사진=뉴시스
최근 5년간 실업급여 수급 현황. (자료=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사진=뉴시스
실업급여 부정수급 문제가 불거진 지 오래지만 건수와 금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 받은 실업급여 수급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수급 건수는 2만4447건, 부정수급액은 약 323억원이었다. 전년의 2만295건, 299억원에 비해 적지 않게 증가했다.

1995년 도입된 실업급여 제도는 매년 10조원 이상 지급되며 잠시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문제는 제도를 악용한 부정수급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부정수급 건수는 약 2만4000건, 부정수급액은 약 280억원에 이른다. 부정수급이 저질러지는지 뻔히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복해서 급여를 받는 수급자도 늘고 있다. 2회 이상 받은 사람은 2020년 24.7%에서 2024년 28.9%로 증가했다. 한 사람이 가장 많이 받은 횟수는 24회나 되고, 한 명이 누적으로 가장 많이 수령한 금액은 무려 9661만1970원에 이른다. 단기근무를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계속해서 받는 수급자들이 많아지며 숫자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실업급여가 실업자의 생계를 도와주자는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 의원은 실업급여 수급 횟수를 제한하거나 반복수급자 급여를 감액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는데 맞는 말이다. 이런 점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텐데 고치지 못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산업재해 가운데 소음성 난청에 대한 승인과 보상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유형의 재정낭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 승인 건수가 2018년 1399건에서 지난해 6073건으로 5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특히 70대 이상 비중은 2019년 30.5%에서 지난해 49.0%로 높아졌고, 90대 승인 건수도 1건에서 18건으로 늘어났다.

소음성 난청 장해급여 지급액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2034년에는 난청재해에만 1조원 넘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하니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된 것은 2020년에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소음성 난청 재해 승인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퇴직한 지 30년은 족히 지났을 90대 노인이 재직 때의 사유를 제시하며 산재 신청을 해도 승인해 준다니 이렇게 관대한 제도가 또 있을까 싶다. 고령이 되면 누구라도 난청이 생길 수 있는데 노인성 난청과 산재성 난청을 어떻게 구별하고 증명해서 산재보상금을 지급하는지 모르겠다.

나라재정을 눈먼 돈처럼 여기고 빼먹는 것은 분명히 제도나 규정상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멍을 찾아내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은 공직자의 책무다. 그런 점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혈세가 줄줄 새도록 방치하는 것은 관할부처와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로밖에 볼 수 없다.
속히 개선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