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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반영도 안됐는데…한은 "1분기 역성장 가능성"(종합)

뉴스1

입력 2025.04.17 13:36

수정 2025.04.17 14:2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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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금통위 개회 장면 /뉴스1
4월 금통위 개회 장면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김유승 임용우 전민 기자 = 한국은행은 미국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2월 전망 당시 전제했던 시나리오가 너무 낙관적이었다"면서 오는 5월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이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볼 때, 2월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전망치 영향을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 조사국·경제모형실은 금통위 직후 공개한 이달 경제 상황 평가에서 1분기 경제 상황과 관련해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우려로 인해 지난달 경제 심리가 위축됐고, 여기에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 일시 요인이 겹쳤다.



그 결과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2월 전망한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한다"며 "1분기 경기 부진과 최근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조치까지 가세한 점을 감안할 때 2월 전망보다 국내 성장의 하방 리스크는 상당 폭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와 한은 조사국·경제모형실의 견해를 종합하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기존 1.5%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다음 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새 전망을 하는데, 한국을 상당 폭 낮출 것"이라면서 "미국 관세로 인해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교역 성장률 예상값도 양수가 아닌 음수로 발표될 정도"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 관세)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1분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갔고 또 여러 기타 요인이 있어, 1분기 성장률은 상당 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관세 효과도 더해져 성장률은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동결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를 볼 때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정책 불확실성, 자본 유출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유일하게 인하 의견을 낸 신성환 금통위원은 한국 경제 성장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 총재는 "1분기 경기 하방 속도와 관세 영향을 보면 5월 전망에서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신 위원 견해였다"며 "이에 금리를 목표 범위까지 보다 빠른 속도로 낮춰야 한다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불확실성이 강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 위원은 경기 하방 위험에, 이 총재는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에 치중한 셈이다.

이 총재는 "비유하면 미 관세 정책 변화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 이렇게 어두워진 상황에서는 속도를 조정하면서 좀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견해, 소위 실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재정과 통화 정책은 같이 가야 하고, 한은은 금리 인하 사이클을 타국보다 먼저 시작해 지금껏 인하를 세 차례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 의존한 경기 부양은 적절치 않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잠재성장률을 2% 또는 2% 이하 정도로 추정하는데, 올해 경제 성장률이 1.5%보다 낮아진다면 (잠재 대비) 떨어진 전체를 다 경기 부양으로 올리는 건 1년 정도 괜찮을지 몰라도 그다음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경기가 떨어질 때 소폭으로 올리는 것이 경기 부양이지, 떨어진 것을 잠재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5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경로와 관련해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향후 3개월 내 2.75%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12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효과와 관련해서는 "성장률을 0.1%포인트(p) 정도 올릴 것"이라며 "재정지출의 승수효과는 0.4~0.5 수준"이라고 봤다.

현재 원화 가치는 정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경제 펀더멘털보다 절하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향후 달러·원 환율 변동성에 대해선 "미국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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