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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추경 지지부진, 금리인하 타이밍 잘 잡기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7 19:18

수정 2025.04.17 19:18

17일 한은 금통위 금리 2.75% 동결
정책도 시기 놓치면 효과 반감될 것
이창용 한은 총재. /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7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와중에 동결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면 그다음이 문제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언급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미국발 관세충격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에 대해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향후 성장전망과 관련해선 "다음 달 발표하게 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예측 불가능한 복합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다. 위기를 탈출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전했다. 추경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당장 기댈 곳은 기준금리와 추경이라는 얘기다.

기준금리와 관련, 금통위는 성장이냐 안정이냐 두 가지 갈림길에 서서 고민을 거듭 중이다. 추락하는 경제성장률과 내수침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기준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맞다. 그러나 물가에 더해 집값 불안, 미국발 관세협상, 환율 불안정성 등 기준금리를 섣불리 내릴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 너무 많다.

이런 사정은 미국도 다르지 않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연준이 물가와 성장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출지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미국보다 더 복잡하고 사정이 나쁘다. 대내외 악재와 변수가 더 많다. 미국의 무역정책에서 비롯된 관세율이나 환율 리스크는 적극적으로 방어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기준금리를 내릴 여건이 되려면, 서울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여야 하고 가계대출도 감소 추세로 돌아서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지난달 말 1470원 안팎까지 올랐다가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다소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또 요동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딜레마가 상존해서 마음대로 금리정책을 구사하기 어려운 마당이라 경기진작을 위해서는 추경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대선 전 12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의 이견 등으로 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추경도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된다. 가뭄이 심할 때 내리는 비가 단비가 된다. 얼어붙은 시장에 군불을 때 봐야 때는 늦을 것이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경제 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들려오는 지경인데 정치권은 포퓰리즘에 빠져 선거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고,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이미 내놓았다.
추경 집행 여부와 시기를 봐서 더 늦어질 듯하면 다음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두번 이상이라도 인하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