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내 얼굴 봤잖아. 난 어차피 끝이야."
지난해 6월 29일 오후 7시쯤 광주 서구에 위치한 한 폐모텔.
잠금장치를 부수고 건물에 몰래 침입한 임 모 씨(62)에 의해 입구에 달린 '풍경종'이 세게 울렸다.
청테이프와 유리테이프를 훔친 뒤 더 훔칠 것이 없나 하고 모텔 곳곳을 뒤적이던 임 씨는 풍경 소리를 듣고 내려온 A 씨와 눈을 마주쳤다.
임 씨는 A 씨에게 둔기를 수차례 내리쳤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A 씨에게 "당신이 내 얼굴을 봤다. 내가 전과자인데 어차피 이번에 들어가면 영원히 못 나온다.
그는 범행 도중에도 "내 얼굴도 아는데 어차피 살면 신고할 것 아니오"라고 읊조렸다.
임 씨는 숨진 A 씨를 뒤로하고 모텔에서 대파와 양파, 당근 등이 담긴 비닐봉지를 찾아 훔쳐 갔다. 그는 마지막으로 풍경종을 훔친 뒤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임 씨는 자신의 말처럼 살인 전과자였다.
그는 2011년 7월 광주 서구의 한 주택에서 이웃 B 씨를 살해했다. 당시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술을 마시던 그는 B 씨를 살해한 뒤 현금 등을 훔쳤고 시신을 교각 아래에 유기했다.
앞선 사건의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확정 받은 임 씨는 3년 전인 2021년 8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당시 검찰은 임 씨의 살인재범 우려가 높다며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출소 후 지역 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온 그는 지난해 1월 일을 그만두고 3000만 원 상당의 대출채무와 카드빚 연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도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광주지법과 고법은 강도살인, 절도, 건조물침입,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인간의 생명과 그 인생을 빼앗는 것으로서 어떤 방법으로도 돌이킬 수 없다. 특히 강도살인죄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은 반인륜적 범죄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대항할 수 없는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을 목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찰 신고를 막기 위해 피해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잔혹한 범행을 벌였다"며 "피고인은 반성문에서 여전히 피해자의 잘못을 탓하고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는 태도를 보여 범행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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