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를 촉구하며 "하루라도 빨리 파월의 임기를 종료해야 한다(Powell’s termination cannot come fast enough!)"고 말했다.
연준이 유럽중앙은행(ECB)처럼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해임을 위협한 것이다. 파월의 연준 의장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이며, 여러 차례 임기까지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언급해 왔다.
트럼프는 전날 파월 의장의 경제 연설을 "완전한 엉망"이라고 부르면서 파월을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관세 등 무역 정책이 경제 성장을 약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고 증시는 급락했다.
트럼프는 "연준은 미국 국민에게 금리 인하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며 "(파월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그를 해임하고 싶다면 정말 빨리 해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에서도 파월 해임을 끊임없이 위협했고 2기 들어서도 해임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해임할 수 있다. 금리 같은 정책 이견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파월 후임 인선 작업은 가을에야 이뤄질 것"이라며 연준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률과 헌법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휘두르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파월을 상대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이미 독립성이 보장된 다른 인사들을 해임하는 시도를 이어왔으며 대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파월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염두에 놓고 이에 대해 워시와 논의했다. 다만 워시는 파월 의장이 간섭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며 파월을 해임하지 말라고 트럼프에게 조언했다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파월 의장이 대통령의 요구대로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신뢰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트럼프 관세 공세로 글로벌 전망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은 민첩성과 신뢰성을 유지해야 하며, 이는 정치적 간섭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메모에서 "연준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갑자기 구체화하면 시장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꼬리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예상을 뛰어넘는 과격한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시장에 불확실성에 몰아치며 충격을 받았다.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 작동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 팔면서 국채 수익률(가격과 반대)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가 휘청이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90일 유예'로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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