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포기 안돼"…죽음 문턱서 희망 찾은 자립청년의 '흉터 제거'

뉴시스

입력 2025.04.18 11:18

수정 2025.04.18 11:18

서울성모병원 '이어줄 꿈' 프로젝트 흉터 제거 치료…사회적 책임 구현 자선회 기금 전달…생계비도 지원
[서울=뉴시스]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최종윤 교수가 흉터 치료 지원 사업에 선정된 주모씨의 흉터를 제거하기 위해 외래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4.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최종윤 교수가 흉터 치료 지원 사업에 선정된 주모씨의 흉터를 제거하기 위해 외래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4.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수차례의 불의의 사고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자립 청년에게 흉터 치료를 제공하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여러 번의 불의의 사고를 이겨내고 여성 도배 기능사에 도전하는 청년에게 성모자선회 긴급생계비를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이 자선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담하던 중 청년의 위기상황을 인지하고,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자선 모금 단체와 연계해 신속하게 지원한 것이다.

20대인 주모씨(여성)는 어린 시절 동네 작은 병원 옆 계단에서 발견 돼 보육원에서 자랐다. 만 18세가 돼 보육원 보호가 종료됐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배달업과 요식업 등 생계를 꾸리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던 중 2019년 교통사고를 겪게 됐다.



주씨는 지역병원에서 사망선고를 준비할 만큼 위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몇 번의 큰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의지할 곳이 없는 청년에게 사회적·경제적 문제는 큰 벽이었다. 입원 생활은 보호자가 없어 일반병실로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결국 막대한 병원비가 부담이 돼 위급한 치료만 받고 퇴원했다.

이후 주씨는 병원비와 생계를 위해 다시 일을 하던 중 총 4번의 크고 작은 사고를 겪게 됐다. 건강이 나빠져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주씨는 우연히 자립청년 모임에 참여해 서울성모병원의 흉터 치료 사업을 알게 됐다. 이후 주씨는 흉터 치료 대상자로 선정됐고 흉터 제거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주씨는 어린시절부터 생긴 상처가 흉터로 변한 것을 볼 때마다 힘들었던 순간이 다시 떠올라 꼭 지우고 싶었다고 한다.

주씨는 흉터 제거 치료를 받는 동안 도배와 타일 기술도 배우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하지만 수입이 없어 모아둔 돈도 다 써갔고, 살고 있던 집도 관리비를 내지 못해 옮겨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흉터 치료 중 이 상황을 접하게 된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은 즉시 자선진료 연계를 통해 자선회 기금을 전달했다. 또 거주 지역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다방면에서 필요한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신속히 조치했다.

6년 전 봄 큰 사고를 겪은 주씨는 아직 봄꽃만 봐도 힘들지만 도배 기능사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주씨는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그동안 만났던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도움을 주신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흉터치료가 끝나는 대로 도배를 가르쳐주신 사수와 함께 공사 현장을 다니며 일을 배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성모병원은 몸의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돌보는 병원이다. 가톨릭 정신을 바탕에 두고 신체적 치료를 넘어 정서적 치유와 지역사회 연대를 통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병원은 영성구현을 통한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고, 이번 기부 또한 ESG 활동의 일환이다.


병원은 ESG 경영 방향을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병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안전한 병원, 윤리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병원'으로 정하고, 사회사업팀을 통해 2021년부터 시설보호아동, 학교밖청소년, 자립준비청년, 은둔청년, 가족부양청년 등 취약 청년을 대상으로 흉터 치료, 문신 제거, 치과치료, 건강검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해 흉터가 있는 청소년에게는 성형외과 치료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해 심리적 치유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사회사업팀장인 남영희 프라우스 수녀는 “앞으로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