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한밭대 학생들 "민감한 주제, 웃음 소재로 삼아... 깊이 반성"
전문가 "범죄에 대한 감각 둔감화, 가치관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 비판
전문가 "범죄에 대한 감각 둔감화, 가치관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 비판

[파이낸셜뉴스] 스토킹을 희화화하는 영상을 올려 공분을 산 대학생들이 "경솔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18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학생들이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가볍게 여기고 웃음의 소재로 삼았던 경솔함을 깊이 반성한다.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흐리게 했다는 점에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범죄 행위를 희화화하거나 모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의도와는 별개로, 저희의 행동이 많은 분들께 불쾌감과 위협감을 드릴 수 있었다는 점을 현재 인지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이는 저희의 인식 부족과 경솔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떠한 변명도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같은 날 국립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학생회도 입장문을 통해 "영상 속 상황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불찰"이라며 "일상 속 유사한 상황으로 인해 두려움과 불쾌함을 느끼셨을 분들께 그 감정을 환기시켜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고대 전기전자공학부 학생들이 만든 SNS 소모임 계정에는 '흔한 전전(전기전자공학부의 줄임말)의 안전 귀가 서비스'라는 내용의 릴스가 올라왔다.
영상에는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뒤쫓는 모습과 함께 '랜덤으로 아무 여자 골라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라는 자막이 달렸다. 이후 남성이 여성에 시선을 고정한 채 뒤쫓아 달리는 모습, 여성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리는 모습이 약 10초 동안 이어진다.
해당 영상은 스토킹 성범죄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었고, 지난 17일 삭제 조치됐다.
지난 15일에도 국립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학생회가 유사한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뒤 게시물을 삭제했다. 영상에는 남학생 3명이 여성 1명을 뒤쫓는 모습이 담겼으며 '시험공부하다 늦은 여학생 빨리 데려다주기'라는 자막이 달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각을 둔감화 시키고 기존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대학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오로지 '조회 수'가 되면서 점차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영상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라며 "플랫폼 이용자들이 단 하나의 기준, 바로 대중성에 기반해 움직이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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