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임시주택 2천700여동 필요…5월말까지 이재민 입주"
안동 산불 이재민, 모듈러주택 입주…"내 집이라 마음 편해"경북도 "임시주택 2천700여동 필요…5월말까지 이재민 입주"
(안동=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내 집에서 마음 놓고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18일 오후 경북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어린이문학관 앞터.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최대 2년간 머무를 수 있는 모듈러주택 18동이 설치됐다.
모듈러주택은 2층 형태로 1동당 30㎡로 현관, 욕실, 침실, 발코니로 구성됐다.
입주 첫날인 이날 4가구가 먼저 입주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30일부터 모듈러주택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첫 입주자인 일직면 광연리 주민 이점복(73·여)씨는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정리하며 "그동안 호텔에서 지냈는데 시설은 거기가 더 좋아도 내 집에서 마음 놓고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씨는 "냉장고, 밥솥, 세탁기,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안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씨는 "일단 1년 동안은 살 수 있다는데 이 나이에 집을 짓기 위해 빚을 또 낼 수도 없다"며 "앞을 생각하면 막막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씨의 남편 노문복(80)씨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노씨는 "호텔에 있을 때는 아침, 저녁을 먹기 위해 시간에 맞춰서 밭일하다가 돌아가야 했다"며 "거리도 차로 40분은 가야 할 정도로 멀어서 운전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작년 10월에 준공한 26평짜리 주택이 산불에 타버렸다"며 "그 집을 짓는데도 2억이 넘게 들어갔는데 다시 집을 지을 엄두가 안 난다"고 걱정했다.

노씨 부부와 이웃이 된 일직면 운산리 주민 김철규(69)씨는 "아직 내 집 같지 않고 서먹서먹하지만 원래 살던 동네 근처로 오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산불감시원이기도 한 김씨는 "출근하기 가까워서 좋다"며 "집을 철거해야 하는데 왔다 갔다 하기도 편해졌다"고 만족해 했다.
김씨는 "구순 노모를 모셔야 하는데 아직 밥그릇, 냄비, 수저 등 갖춰야 할 게 많아서 걱정"이라며 "그래도 부족한 게 있어도 채워가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경북도 직원들은 이날 입주자들을 만나 가재도구 사용법 등 안내 사항을 설명했다.
아직 입주하지 않은 이재민들의 집에도 세탁용품과 이불 등 가재도구가 놓여 있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모듈러주택 입주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을 만나 위로했다.
고 직무대행은 "정부가 오늘 산불 재해 대책을 포함한 3.2조원 정도의 추가 경정 예산안을 발표했고 다음 주부터 국회 심의가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예산이 확보되면 복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예산을 빠른 속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학홍 행정부지사(지사 직무대리)는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 총 2천700여동 필요한 것으로 추산한다"며 "4월 말까지 1천여동을 공급하고 5월 말까지는 이재민들이 모두 입주를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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