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DMZ 인근서 전단 발견…납북자가족 "23일 행사 강행"
접경지서 대북전단 살포 정황…봄철 남풍에 재개 움직임도연천 DMZ 인근서 전단 발견…납북자가족 "23일 행사 강행"
(파주=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봄철 특유의 남풍(남쪽에서 부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접경지역에서 시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과 12일 사이에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대북전단 풍선 10여개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군과 경찰은 해당 풍선이 연천지역 두 곳에서 날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정확한 살포 주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풍선이 북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DMZ 남측 라인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건으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서 따로 수사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연천군과 인접한 파주시에서도 대북전단 살포 재개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저지로 살포를 취소했던 납북자가족모임은 다음 주부터 대북전단 살포에 나설 계획이다.

이 단체는 오는 23일 오전 11시께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라는 이름으로 임진각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사를 공개적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 전날 오후 같은 장소에 천막을 설치하고, 행사 당일 납북자·국군포로·이산가족 추도식과 납북자 가족 토론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경기도지사와 파주시장, 파주경찰서장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천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며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가족을 위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풍선 무게가 2㎏을 넘지 않게 항공안전법 등 법을 지켜가며 풍선을 만들었다"며 "현장에서 직접 헬륨가스를 주입해 날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은 봄철 계절 특성과도 맞물려 더욱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겨울철에는 찬바람이 주로 북서쪽 시베리아 지역에서 불어오지만, 봄이 되면 기온 상승과 함께 바람 방향이 남쪽 계열로 바뀐다.
이에 따라 봄에는 서풍이나 남서풍이 자주 불어와, 대북전단을 띄우기에 유리한 기상 조건이 형성된다.
실제로 전단을 살포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계절별 풍향 변화에 맞춰 활동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4월부터 10월까지가 전단 활동의 주된 시기이고, 풍선을 북쪽으로 보내기에 가장 적절한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전단 살포 재개 조짐으로 남북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관계 당국도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지난해 10월 접경지 일대를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전단 살포 행위를 감시·차단하기 위해 24시간 순찰조를 편성해 주야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특사경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심각한 지장을 주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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