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1학년 때 우연히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대도 아름답고, 무용수들 춤도 멋졌죠. 특히 성악가들 노랫소리에 반했어요. '이런 예술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세계 성악계의 떠오르는 별' 바리톤 박주성(32)은 고국에서 처음으로 갖는 독창회를 앞두고 18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페라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이같이 회상했다.
박주성은 "'카르멘'에 매료돼 덜컥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삼수 끝 연세대 성악과에 입학한 뒤에도 두각을 나타내거나 '제일 잘한다'는 얘기 한 번 못 들어봤다"며 웃었다.
그에게 노래는 '짝사랑'과 같았다.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콩쿠르 본선에 한국 대표로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오페랄리아 국제성악콩쿠르' 3위, 2023년 '헬무트 도이치 독일 가곡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2021년엔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현재 빈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마포구와의 인연
박주성은 올해 마포아트센터 상주 음악가인 '엠(M)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이번 독창회는 그가 'M 아티스트'로 서는 첫 무대다.
'M 아티스트'는 마포문화재단이 거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클래식 음악가 1명을 선정,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의 매력을 관객에게 알리고자 도입한 제도. 재단은 2023년에는 피아니스트 김도현, 지난해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을 'M 아티스트'로 선정한 바 있다. 상주 음악가로 성악가를 선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주 음악가가 된 소감과 관련해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공연 표가 많이 안 팔릴까 봐 걱정도 되지만(웃음), 저는 그저 관객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 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포구와의 인연도 들려줬다. "연세대 다닐 때 마포에 살았는데, 당시 여자 친구와 늘 마포대교 데이트를 했다. 그 여자 친구는 지금 아내가 됐다(웃음). 추억 많은 이곳의 상주 음악가로 초청받은 건 큰 영광이다."
"'제2의 박주성' 나오도록 노력할 것"
성악가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묻자 '언어 구사력'을 꼽았다. "외국에 나가니 '동양인인데 독일어를 원어민처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해외 무대에서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언어적 장벽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주성은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에는 능통하고, 불어 구사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그가 언어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데에는 자기 노력도 컸지만, 좋은 스승의 가르침도 빼놓을 수 없다. '성악계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바리톤 김관동은 연세대 교수 시절, 성악곡 가사의 뉘앙스나 아름다움을 언어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세세히 알려줬다고 박주성은 말했다.
오페라의 매력에 대한 질문에는 "오페라는 복합예술이다, 가장 큰 매력은 (노랫소리를) 직접 들었을 때 있다고 본다"며 "그 매력을 십분 잘 살려 '제2의 박주성'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첫 무대는 오는 2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다. 1부에선 독일 가곡(리트), 2부에서는 모차르트부터 코른골트까지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8월 30일 '마포 새빛 콘서트', 12월 6일 'M 아티스트 리사이틀 2'를 통해서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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