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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들, 어떤 작품 선택할까?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0 16:31

수정 2025.04.20 17:24

로버트 드니로·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왝 더 독'(1998)
로버트 드니로·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왝 더 독'(1998)

선거는 할리우드나 국내 영화판에서도 제법 자주 등장하는 소재의 하나다. 명확한 대립 구도를 가지게 마련인 선거의 속성상 극적인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기 쉽고, 선거를 통해 권력·이상·명예·돈·이념 등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망을 건드릴 수 있어서다.

또 선거는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해서 시대의 문제를 반영하기에 좋고, 현실 풍자나 사회 비판의 도구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하다. 게다가 선거는 민주주의가 있는 나라라면 어디서나 중요한 사회적 이벤트인 경우가 많아서 설사 문화권이 다르더라도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캐빈 코스트너 주연의 '스윙보트'(2012)는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깝지만,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경합 끝에 동률을 이루고, 개표 과정에서 누락된 단 한 장의 표가 이른바 부동층인 술주정뱅이 버드 존슨(캐빈 코스트너 분)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지만 진중하게 그렸다.

영화 '스윙보트'(2012)
영화 '스윙보트'(2012)

조지 클루니가 제작·각본·감독·주연까지 맡은 '킹메이커'(2012)는 미국 대선 예비선거 캠페인을 배경으로, 정치의 이상과 현실을 긴장감 있게 풀어내면서 선거란 결국 철저한 거래의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내선 '킹메이커'라는 제목으로 간판을 내걸었지만, 원제는 'The Ides of March'로 줄리어스 시저가 정적들에게 암살당한 3월 15일을 뜻한다.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사용되면서 '예상치 못한 파국'을 의미하는 관용어로 쓰인다.

로버드 드니로·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왝 더 독'(1998)은 할리우드적 상상력을 더욱 가미한 영화다.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에 휘말린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 정치 해결사와 할리우드 영화제작자가 손잡고 가상의 전쟁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로, 이른바 '미디어 정치'에 대한 풍자가 지금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주지하다시피 제목으로 쓰인 'Wag the Dog'은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말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지칭한다.

라미란 주연의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2020)
라미란 주연의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2020)

이밖에도 대선이나 선거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로는 좀 오래되긴 했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만은 여전히 유효한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후보자'(1972),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린 존 트래볼타·엠마 톰슨 주연의 '프라이머리 컬러스'(1998), 고등학교 총학생회장 선거를 소재로 한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소동극 '일렉션'(1999), 정치 코미디쇼 진행자가 대선에 나서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맨 오브 더 이어'(2006) 등이 있다.


또 선거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영화로는 가상의 인물 변종구(최민식 분)가 대권을 위해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시민'(2017), 입만 열면 거짓말인 여성 국회의원의 개과천선 과정을 코미디로 풀어낸 '정직한 후보'(2020),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제작된 설경구·이선균 주연의 정치 드라마 '킹메이커'(2022) 등이 볼만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