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베이성 바오딩=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원래는 비어 있어야 하는 창곤데, 제품 출하를 중단하는 바람에 여기에 (나가지 못한) 박스가 가득 찼어요. 당분간은 마진을 포기하면서라도 버텨보려 합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지'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지난 18일 오전 수도 베이징에서 약 200㎞ 떨어진 허베이성 바오딩시 가오양현에서 수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치 씨는 최근 미국향 수출이 잠정 중단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1990년부터 3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수건 공장을 운영하며 품질력을 인정받은 그도 관세전쟁의 영향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이 공장에서 매달 생산되는 수건은 200만~300만 개에 달한다.
치 씨는 "몇년 전 미국쪽 수출업자와 연간 800만~900만 위안 규모의 물량을 계약했던 것이 올해 1200만 위안으로 늘어났었다"며 "지난달까지만 해도 제품이 출하됐는데 최근 수출업체로부터 '일시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소개했다. 그는 "1~2개월 정도라면 버틸 수 있겠지만 만약 더 길어지면 제품 우회 등의 방법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분간은 마진을 낮추더라도 공장 운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러시아향 물량이 증가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한다.
베이징, 톈진과 가까운 허베이성에는 가방, 장난감 자동차 등과 같은 제조업 기지가 다수 포진해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기자가방문한 가오양현은 한 해 수건 생산량만 50억 개 이상에 달하는 중국 내 최대 수건 생산지다. 이 때문에 가오양현 내에는 수건, 욕실 가운, 행주 등과 같은 관련 용품 도매상들이 즐비하다.
같은 날 오전 가오양현 수건 도매단지 상황도 비슷했다. 도매시장이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고,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건 도매와 관계있는 포장업체 등도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 업계 종사자들은 가뜩이나 소비 부진으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무역 마찰까지 발생하면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로 동남아로 물건을 수출한다고 밝힌 한 도매상은 "오랫동안 거래해온 단골에게 미국 관세 부과로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냐고 물어봤는데 아직 답이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체감 경기는 코로나19 때보다도 좋지 않다는 도매상들은 중국에만 최대 24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거론하며 이번 무역 전쟁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직영 공장과 함께 도매 매장을 운영한다고 밝힌 한 도매상은 "작년부터 경기가 안 좋아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 불경기가 크게 체감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관세까지 추가한다고 하면 소비자 판매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영향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곳에서 목욕 가운 등을 도매하는 한 업자도 "미국이 200% 넘게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향 물건이 줄어들 것이 뻔하다"며 "수출업체들이 그 돈을 내면서 물건을 가지고 가느니 아예 구매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선은 마진을 줄여서라도 생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남편과 함께 수건 제조 및 도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 "물량이 줄어듦에 따라 제조업체는 원가를 낮추고 공장은 인건비를 낮추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도 마진율을 낮춰서라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려 한다"고 했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 또는 품질 경쟁력 제고 등으로 활로를 찾을 필요성도 나온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과거 이 지역에선 한 집 걸러 모두 수건을 생산했을 때도 있었지만 품질이 좋지 않거나 생산 과정이 선진화되지 않은 곳은 모두 도태됐었다"며 "소비자 수요에 맞게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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