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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 가리겠다는 구글, 이번엔 믿어도 될까[구글 지도 반출 '대해부'③]

뉴시스

입력 2025.04.20 09:01

수정 2025.04.20 09:01

구글, 韓 데이터센터 설치 대안으로 핫라인 구축 제안 구글코리아·본사 정책 총괄을 담당·책임자로 지정 블러 처리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 처벌 조항 없어
[마운틴뷰(캘리포니아주)=AP/뉴시스] 구글 본사. 2023.06.02.
[마운틴뷰(캘리포니아주)=AP/뉴시스] 구글 본사. 2023.06.02.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은 과거 우리 정부가 제안했던 지도 국외 반출 조건 중 하나였던 보안시설 위성사진을 흐리게(블러) 처리하는 방안을 이번 신청서에 반영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에도 또 다른 핵심 조건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지도 데이터가 저장된 데이터센터와 같은 고정사업장을 국내에 두지 않으면 구글의 위성사진 수정 여부를 정부가 법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구글은 대안으로 정부와 즉각 소통 가능한 핫라인을 제시했다. 구글코리아와 본사 임원을 책임자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지 않아도 구글을 처벌하거나 처리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글은 과거 위성사진에 군사시설이 그대로 노출시키며 일부 국가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이에 관련 업계·학계는 구글의 실행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위성지도 한 장으로 보안 뚫렸다…세계 곳곳에 벌어진 '구글 어스 리스크'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구글이 지난 2월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한 신청서에는 지도 관련 업무 책임자를 지정하고 우리 정부의 보안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핫라인 구축에 대한 내용이 있다.

구체적으로 구글코리아 대외협력과 정책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을 구글 지도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지정한다. 구글 본사 아태지역 대외협력·정책 총괄 부사장과 미국 워싱턴 DC에서 근무하는 지도 정책 부문 대외협력·정책 본부 총괄 부사장을 핵심 책임자로 지정한다.

구글은 우리 정부와의 연락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담당 실무자를 배정해 정기 회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보안시설 블러 처리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회의하는 방식으로 기민하게 대처하겠다며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담당자 지정을 통해 핫라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우크라이나 비밀 군사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이 구글맵에 공개됐다. (사진=텔레그래프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우크라이나 비밀 군사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이 구글맵에 공개됐다. (사진=텔레그래프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구글 어스 또는 구글 지도에 노출된 고해상도 위성사진이 군사시설 등 전략 자산을 노출했던 사례를 지적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자국군 비밀 군사시설이 구글 지도에 노출됐고 러시아가 이를 배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러시아 군사블로거는 구글 지도에 노출된 우크라이나 비밀 군사시설이 키이우 인근 새 방공시스템이라고 퍼뜨렸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건 해당 장소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군사시설 사진이 구글 지도 업데이트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해당 사진이 2023년 9월8일에 촬영된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사진으로 이전 구글 지도 위성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에서는 여러 차례 구글 어스에서 미사일 기지 등 군사시설이 노출됐다. 지난해 3월 연합보 등 대만 외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 군 사령부, 군사정보국과 일부 군부대 최신 위성사진이 구글 어스를 통해 노출됐다. 이용자 누구나 구글 어스를 통해 업데이트된 사진으로 대만의 어느 부대가 어떤 무기를 배치했는지까지 알 수 있다.

대만에서는 2012년, 2016년, 2019년, 2023년에도 구글 어스에 군사시설 위치가 노출된 바 있다. 구글 측에 해당 위성사진을 블러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보 노출은 이미 발생한 이후였다.

군검찰 출신 배연관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인공지능(AI)이 전략을 짜서 어려운 게임을 승리로 이끌 정도로 발전한 상황에서 우리의 지리적 빅데이터를 노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사례처럼 정보(지도 데이터) 제공에는 제한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글이 최근 AI 기술을 무기·감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을 삭제한 상황에서 국제 테러 집단이나 북한에 동조하는 해커 등이 구글 AI 기술이나 빅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우리나라 안보에 치명적"이라며 "우리나라가 구글에 정보 제공을 제한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모든 안보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갈라파고스화'를 선택한 것일 수 있어 제공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일반 군부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과 관저, 국가정보원 주차장, 서울공항의 군용기 등 보안시설이 구글 어스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수차례 구글에 해당 위성사진 삭제를 주장해 왔으나 구글은 글로벌 스탠다드 일괄 원칙을 이유로 거부해 왔다.

◆"구글, 보안시설 안 가리면?…수조원 들인 국가 자산, 한번 떠나면 되돌릴 수 없어"

구글이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지 않았다고 해서 구글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정부가 신의성실 의무 위반을 근거로 민사 소송 또는 지도 반출 철회 등 행정 제재에 나설 수 있지만 이미 지도 데이터를 제공한 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앞서 구글이 우리나라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있었던 법인세 징수, 과징금 분쟁 사례를 돌이켜보면 향후 구글 지도와 관련한 법적 다툼이 있을 경우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출 허가를 철회하더라도 이미 한 차례 제공된 지도 데이터를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한 국민 세금으로 제작된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구글에 무상으로 넘어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악의 경우 국내 구글 지도 서비스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도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미 미국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도 반출 이후 구글이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정부가 이를 즉각적으로 시정하거나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반출하는 즉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일회성 조치보다는 사전 검증과 통제 구조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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