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활절(20일) 맞아 19~20일 사이 30시간 휴전 선언
일방적인 휴전 선언...주요 전선에서는 여전히 교전 이어가
美 트럼프가 협상 이탈 경고하자 즉시 휴전, 평화 의지 보여
우크라이나는 휴전 연장 주장...실제 교전 중단 가능성 낮아
일방적인 휴전 선언...주요 전선에서는 여전히 교전 이어가
美 트럼프가 협상 이탈 경고하자 즉시 휴전, 평화 의지 보여
우크라이나는 휴전 연장 주장...실제 교전 중단 가능성 낮아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 제안을 꾸준히 무시했던 러시아가 부활절(20일)을 맞아 ‘30시간 휴전’을 선포했다. 서방 매체들은 러시아가 점차 인내심을 잃고 있는 미국을 달래고 국제적인 평화 이미지 구축을 위해 면피성 휴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일방적인 30시간 휴전, 연장 미지수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면담 중 "러시아는 오늘 18시부터 21일 0시까지 부활절 휴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시간으로 20일 0시부터 21일 6시까지 30시간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도 우리의 본보기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동시에 러시아군은 휴전 위반이나 적의 도발, 어떤 형태의 공격적인 행동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선언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완전한 휴전이 유지된다면, 휴전을 부활절 이후로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30시간이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겠지만,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해서는 부족하다"면서 "평화를 시도할 기회는 30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와 협상에서 30일짜리 휴전안에 합의하고, 같은 달 18일 푸틴에게 해당 합의에 따르라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푸틴은 전면 휴전이 아닌 에너지 관련 시설만 30일 동안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푸틴은 지난달 23~25일 협상에서 흑해 해상에서 휴전한다고 밝혔으나 거듭 전면 휴전을 거부했다.
젤렌스키는 X를 통해 "러시아군은 19일 18시부터 20일 0시 사이 387차례의 포격을 감행했고 19건의 공세를 했다"면서 푸틴의 휴전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0일에도 오전 6시 기준으로 59차례의 포격과 5건의 공세가 포착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그 동안 30일짜리 무조건 휴전을 "무시했다"면서 "러시아가 이제 와서 갑자기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진정으로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행동에 따라 그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침묵에는 침묵으로, 공격에는 방어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달래기 시작...휴전 의지 보여
이번 발표는 트럼프의 경고 다음날 나왔다. 트럼프는 1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 중재에 대해 "두 당사국 중 한 쪽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당신은 바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중재를) 사양하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전쟁의) 끝을 보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전쟁이 중대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며 신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같은 날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미국이 중재 협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며칠 내로 이 문제(휴전)가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며 "불가능하다면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여기서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운동 당시 자신이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다고 장담했다.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는 지난 1월 8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취임 후 100일” 안에 종전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달 30일에 취임 100일을 맞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의 19일 휴전 선언에 대해 미국의 협상 이탈을 막고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매우 짧은 시간의 휴전이라면 잃을 것이 없고, 자신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중재로 538명에 이르는 전쟁포로를 교환했다. 이는 2022년 개전 이후 최대 규모다.
아울러 CNN은 푸틴이 이번 조치로 트럼프에게 휴전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이번 휴전 선언으로 실제 교전을 멈추기 보다는 휴전 위반 사례로 상대를 비난한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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