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공개된 전체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미국에 새로운 보안관이 왔고, 이 보안관은 미국이 전 세계로부터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구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 나라는 모두 미국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무기는 관세였다. 미국은 황금 시장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나라는 이용료를 내고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가 모두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시작부터 이야기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 취임했다. 불과 10여일 지나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불법유통을 막을 것을 요구하며 관세 25%를 부과했다. 2월 27일에는 유럽연합(EU)에 관세 25% 부과를 예고했으며 3월에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25% 부과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중간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의 품목에도 25% 관세를 부과했다. 새로운 보안관은 취임 초기 관세를 강력한 무기 삼아 휘둘렀다. 품목 및 상호 관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표, 번복, 시행되면서 딴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관세를 부과하고 연기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한 달간 유예했으며 9일 전 세계 180여개국을 대상으로 시행한 상호관세 역시 13시간 만에 90일 유예를 선언했다. 예상치 못한 발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모두 새로운 보안관의 입만 바라보게 됐다.
세 번째는 결말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새로운 보안관은 중국과 강대강 대치를 하고 있다. 일부 나라들은 상호관세 유예 90일 동안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만은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격렬하게 대항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145%의 관세를 중국은 미국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서로 무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관세 외에 다른 분야로도 서로 보복을 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동맹들에 중국을 고립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은 사실상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희토류는 첨단 및 방위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광물이다. 미국은 희토류의 7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군 주요 무기의 85% 이상에 중국산 희토류가 들어간다.
드라마의 결론을 알 수 없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쪽 다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고, 소비자 물가도 꿈틀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관세정책 때문에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도 이 드라마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는 무역전쟁으로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 성장률을 종전 3.0%에서 -0.2%로 대폭 하향했다. 드라마가 끝나지 않으면 전 세계 GDP 감소폭도 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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