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에 100조, 200조 숫자경쟁
구체적 전략없이 큰소리 쳐선 안돼
구체적 전략없이 큰소리 쳐선 안돼
AI 공약을 꼬투리 잡아 설전도 벌어지고 있다.
AI 후발주자로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함은 맞지만 구체적 전략도 없이 얼마를 쏟아붓겠다며 큰소리만 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숫자 싸움만 한다고 AI 경쟁력을 당장에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AI 약소국 취급을 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AI 투자에서 한국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도 고작 1개였다. AI 인재가 부족한 데다 있는 인재들마저 미국·중국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AI 육성은 민관 일체로 추진해야 하는 국가프로젝트다.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하드웨어를 확충하려면 대규모 투자 없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과거 반도체를 국가 미래산업으로 육성한 것과 같이 좋은 입지를 확보하고 인력과 전력·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인재를 육성하고 선제적 투자를 촉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AI 산업 육성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와 같은 획일적 규제를 완화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이런 것들을 협치해 딱딱 처리하고 재정을 적기적소에 쓰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우리는 반도체·방산·조선 등의 경쟁력이 높은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투입 대비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토양에서 민간기업은 AI 투자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어떤 지도자든 미래 산업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 성공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증세 없이, 적자 국채를 찍지 않고는 재원을 조달할 수 없는 게 우리 처지다.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나랏빚이 900조원에 육박한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감세, 감세" 하며 선심성 공약을 앞다퉈 내걸고 있는데, AI에 거대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것과 앞뒤가 안 맞는다. 아니면 말고 식의 허풍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주권자인 국민들이 냉정하게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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