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 조언
"관세 불확실성 커 방어에 치중
방위비 협상, 새 정부로 넘겨야
中압박 동참땐 잃는게 더 많아"
"관세 불확실성 커 방어에 치중
방위비 협상, 새 정부로 넘겨야
中압박 동참땐 잃는게 더 많아"
!["범부처 TF 만들어 대비… 美 밀어붙여도 서둘지 말아야" [막오른 한미 통상협상]](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20/202504201850420125_l.jpg)
■통상뿐 아니라 범부처 대응 필요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2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시작되는 한미 고위급 관세협상에 대해 "무역 외의 이슈까지 고려해 범부처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 협상팀은 수비수 역할로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미국이) 일본하고 협상할 때 주일미군 방위비까지 거론했는데, 협상장에서 주일미군 관할부처 담당자가 없어 굉장히 당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우리 정부는 통상팀 위주로 협상하려는 것 같은데, 미국은 전혀 다른 이슈를 꺼낼 수 있다"며 "국방부 등 각 부처의 관련 사항을 전부 모아서 가야 하며, 각 부처를 협상팀에 참여시키면 더 좋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통상 협상이라고 생각하고 가면 상대방 요구만 잔뜩 듣고, 우리는 얻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이번 협상은 '패키지딜'이고, 전체 국익에 입각한 협상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통상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두르지 말고 협상은 길게"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제언도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에서는 신속한 협상을 통해 유리한 결과를 얻은 전례가 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무역적자 완화를 위해 해외 국가들에 고율관세 압박을 가하자 한국 정부는 가장 먼저 통상협상에 나섰다. 그 결과 한국은 픽업트럭 관세 철폐시한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연장하는 정도만 양보했을 뿐 한미 FTA를 큰 틀에서 지킬 수 있었다. 반면 캐나다·멕시코 등은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의 경우 미국은 90일간 70여개국과 개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첫 협상은 '본보기' 성격이 강한 만큼 미국의 최대 이익을 반영한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송영관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간 어떤 협상이 있을지도 모르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게만 무언가를 주지는 않을 것이고, 줘봤자 나중에 또 뒤집을 수도 있다"며 "일단 이 불확실성이 가라앉을 때까지 모니터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곽 교수 역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불균형 무역수지 해소, 중국 의존도 감소 등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소국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협상을 피할 수 없고, 6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다른 입장을 보일 경우 미국이 다시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최소화 필요
이번 협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으로는 '한미 방위비 협상'과 '대중국 압박 동참'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머신'에 비유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9배인 100억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심각한 자국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비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EU와 아시아 등 동맹국들에 국방비 부담을 최대한 전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정부는 현재까지는 미국이 방위비 관련 구체적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통상과 안보 이슈는 별도로 대응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하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의된 5년치 협정이 존재하며, 향후 새 정부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원자력발전 지분 제한 완화, 무기 도입 오프셋 조항 등은 전략산업 보호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대중국 압박에 참여한다면, 중국의 반발을 초래해 우리가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며 "우리 경제가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 중국 압박 참여 범위를 계산하고, 그 선을 넘지 않도록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국에 무역 의존도가 높고, 북한을 사실상 컨트롤할 수 있는 나라도 중국뿐이라는 게 현실"이라며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선택해야 할 때는 전략적으로 조용히 있어야 할 분야"라고 조언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이보미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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