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반성문 대필에 한시적 기부까지…'꼼수 감형' 노리는 범죄자들

뉴스1

입력 2025.04.21 15:01

수정 2025.04.21 15:11

광주고법과 지법, 지원 형사재판부 법관들이 21일 광주고법에서 '양형실무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있다.(광주고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21
광주고법과 지법, 지원 형사재판부 법관들이 21일 광주고법에서 '양형실무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있다.(광주고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21


"반성문 대필, 한시적 기부 등 이른바 '꼼수 감형'을 노리는 패키지 시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입니다."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약한 처벌'을 목적으로 피해자는 모르는 기습공탁과 대필 반성문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법관들이 '피고인의 반성'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깊이 있게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광주고등법원은 21일 관내 양형실무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피해 회복, 진지한 반성 관련 양형요소의 공정한 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범선윤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변론에서 보인 태도와 다르게 감형을 노리고 선고 직전 피해자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공탁해 유리하게 참작 받는 '기습 공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성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반성문 대필, 한시적 기부 등 이른바 '꼼수 감형'을 노리는 패키지 시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판결문에 빈번하게 사용하던 '반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많은 오해에 직면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양형기준에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라는 요소를 두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여부 등을 조사해 반드시 확인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뉘우침 없는 공탁 등 단순히 경제적 보상만 이루어진 경우 이를 양형에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나선 김민아 광주고법 판사는 "때로는 피해회복이 없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이른바 외상합의)도 양형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둘을 엄격히 분리하지 말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세부요건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결 광주지법 판사도 "피고인이 응당 지급해야 할 민사상 손해배상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회복과 관련해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설범식 광주고등법원장은 "양형은 법관의 독립적 판단에 속하는 핵심적인 재판 영역"이라면서도 "동일한 범죄유형과 유사한 양형요소가 있음에도 재판부마다 현저하게 다른 형이 선고된다면, 법원의 판단은 합리성을 의심받게 된다"고 말했다.

설 법원장은 "양형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인 피해 회복과 진지한 반성과 관련, 그 진정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실무상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것을 단지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방식으로만 적용할 수 없다.
결국 최종 판단은 인간인 법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소심을 담당하는 고법 형사재판부는 양형요소를 명확히 이해하고 적용, 하급심에 바람직한 영향을 줘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정한 양형 실무가 형성되도록 견인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고법은 해당 정기회의 발표와 토론 결과를 원외재판부인 전주, 제주 형사 재판부에 공유해 관련 논의를 호남·제주권 전역의 법원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