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홍유진 노선웅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며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부당한 지시에 따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대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조직에 충성하겠다.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대장은 예정된 신문을 모두 마치고 난 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돌아가시면 된다"고 말하자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며 운을 뗐다.
김 대대장은 "군 생활을 23년간 하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
이어 "저희 조직 철저하게 상명하복 기본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고 누군가는 제게 항명이라고 하는데, 맞다. 저는 항명했다"며 "하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가 부여됐을 때 국한된다"고 힘줘 말했다.
김 대대장은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그러면 제 부하들은 내란죄가 아니다"라며 "제 부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대장은 "군이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저를 날카롭게 비난하고 질책하면서 감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대대장이 진술을 하는 동안 무표정으로 일관하다가 진술이 끝나갈 때쯤에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김 대대장을 잠시 응시하기도 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검사 시절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화제가 됐던 윤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어록이다.
김 대대장은 지난 14일 첫 공판에서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국회 본관에 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또 국회 경내 진입 후 이 여단장으로부터 받은 추가 지시에 대해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려고 하고 있으니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 유리창이라도 깨'라고 몇 차례 지시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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