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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미 관세협상 속도조절로 상호 균형점 찾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1 18:08

수정 2025.04.21 18:08

한미 고위급 통상협의 이번주 개최
일본 협상 참조하고 서둘지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이 드디어 이번 주 열린다.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주도권을 갖고 미국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다.

일본도 첫번째 협상국으로 나섰다가 낭패를 보고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분담액,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내 저조한 판매량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의 협상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협상이 반드시 불리할 것이란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일본이 초반부터 저자세 협상으로 나섰다가 미국으로부터 과도한 양보를 요구받았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협상을 몰아붙이려는 속사정을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협상 주도자가 심리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관세협상을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급함이 곳곳에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관세정책을 내세우면서 득의양양했지만 실제 관세 드라이브를 걸면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고 있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저자세로 나올 줄 알았던 중국이 상호관세 부과로 정면 맞대응으로 나선 게 대표적이다. 중국의 협상 의지부터 꺾어놔야 다른 국가들과의 관세협상도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는데 초반부터 실타래가 얽힌 셈이다.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근심을 낳았다. 미국채 투매 현상과 뉴욕 증시 급락사태가 관세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자국 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된 데 이어 거센 반(反)트럼프 시위까지 겹친 점도 트럼프발 관세정책에 브레이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초반부터 큰 성과를 얻으려는 조급함을 드러내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야 흔들리는 자국 내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영국·호주·인도·일본 등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동맹국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보를 끌어낸 뒤 다른 국가로 협상의 힘을 넓혀가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협상 환경을 잘 활용한다면 대미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일본의 협상 전례 등을 감안하면 협상 의제에 대한 분리와 의사결정에 대한 속도 조절이 관건이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원스톱 협상을 하려는 이유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목적은 심각한 재정적자 해소다. 관세율로 협의를 시도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높게 받아내려는 거래술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협상 의제를 분리해 검토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합의안을 빨리 끌어내려는 미국 측의 조급함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대통령 부재상황이라는 점에서 새 정권이 들어선 후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 된다. 더구나 미국 역시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잘 안된 듯하다.
미국 내 의사결정이 불안정하다는 점과 우리의 장기적 국익을 감안해 성급한 합의가 아닌 속도 조절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