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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종] '서거? 별세?' 종교인 임종 일컫는 말은

연합뉴스

입력 2025.04.21 19:02

수정 2025.04.21 19:02

가톨릭은 1880년 이후 '선종' 공식 사용…'착하게 살다 복되게 끝마친다'는 뜻 기독교는 '소천'·불교는 '열반·입적'…종교관 반영한 용어 사용
[교황 선종] '서거? 별세?' 종교인 임종 일컫는 말은
가톨릭은 1880년 이후 '선종' 공식 사용…'착하게 살다 복되게 끝마친다'는 뜻
기독교는 '소천'·불교는 '열반·입적'…종교관 반영한 용어 사용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善終)을 계기로 종교별로 성직자와 신자의 임종을 표현하는 용어와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진다.

종교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용어는 다양하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신의 뜻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으로 보며, 불교와 힌두교는 깨달음과 해탈을 넘어선 경지로 인식한다. 이슬람교는 죽음을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여기며, 천도교는 자연으로의 회귀로 이해한다.

가톨릭에서 '선종'은 신자가 임종할 때 성사를 받고 대죄 없이 평온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뜻한다.

'착하게 살다 복되게 끝마친다'는 의미의 '선생복종'(善生福終)에서 유래했다. 단순한 생명의 끝이 아니라 신앙에 충실한 삶을 마친 뒤 하느님 나라로 가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1880년 펠릭스 클레르 리델 주교가 만든 최초의 한불(韓佛) 사전인 '한불자전'에 '선종'이 수록된 뒤 국내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용어로 공식화됐다.

선종이란 용어가 일반에 익숙하지 않았던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는 국내 언론이 '선종'과 '서거'를 혼용해 사용했지만,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이후에는 대부분 선종이라고 칭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선종이라는 한자어는 1652년 예수회의 로벨리 신부가 중국에서 발간한 '선생복종정로'에서 처음 쓰였고, 이후 한불자전에 수록되면서 국내 천주교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 등 한자권 지역과 달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가톨릭 신자의 죽음을 별도 용어로 일컫지 않는다. 영어권에서는 일반적인 죽음을 의미하는 '다이'(die)나 '데스'(death)를 주로 사용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 조용기 목사 별세 (출처=연합뉴스)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 조용기 목사 별세 (출처=연합뉴스)

개신교에서는 '소천'(召天)이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한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하늘나라로 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천'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신조어로,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대신 '별세'(別世)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불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용어는 '열반'(涅槃), '적멸'(寂滅), '입적'(入寂), '귀적'(歸寂), '입멸'(入滅) 등으로 다양하다. '열반'과 '적멸'은 원래 깨달음을 통해 번뇌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석가모니의 죽음을 '열반에 들었다'고 표현하며, 이후 고승(高僧)들이 생을 마칠 때도 '열반에 들었다'고 칭한다.

'입적'과 '귀적'은 '고요한 경지에 들어가다'라는 뜻으로, 수행자가 속세를 떠나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입멸'은 '속세의 번뇌를 완전히 끊고 해탈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법정 스님 다비식 (출처=연합뉴스)
법정 스님 다비식 (출처=연합뉴스)

불교와 유사한 사후관을 가진 힌두교에서는 죽음을 '마하 사마디'라고 한다. '마하'는 '위대한'이란 뜻이고, '사마디'는 '완전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잡념을 떠나서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경지'를 이르는 한자어인 '삼매경'(三昧境)이 바로 사마디에서 유래한 용어다.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궁극적인 해탈로 보는 종교관이 반영됐다.

죽음을 새로운 세상과 연결하는 '교량'으로 여기는 이슬람교에서는 죽음을 특별히 부르는 용어는 없다. 보통 일반적인 죽음을 '창조주에게 돌아간다'는 의미인 '트와파' 또는 '라지인'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또 흔하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이동'했다는 의미인 '인티깔'을 사용하기도 한다.
민족 종교인 천도교에서는 '환원'(還元)이란 용어를 쓴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우주에서 와서 살아가다가 다시 우주로 돌아간다는 사후관을 반영한다. 천도교에서는 생명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죽음을 소멸이 아닌 자연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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