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케일리쉬 박사 세미나서
교역상대국 확대 등 대응책 권고도
교역상대국 확대 등 대응책 권고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이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위협하고, 한국 산업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 소속 아이라 케일리쉬 박사가 22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웹세미나에서 말한 것이다. 세미나 주제는 '트럼프 2기 관세 정책 평가: 한국 주요 산업 영향과 대응 전략'이었다.
케일리쉬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도 예측 불가능하고, 충족될 수 없는 요구를 제시하는 관세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전반의 성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위협을 받고 있고, 첨단기술 통합 공급망이 분리되거나 재조정되면서 생산 비용 상승,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케일리쉬의 진단은 이미 국내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외국 학자의 시각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더해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어도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관세정책을 펴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도 이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적자는 줄지언정 물가 상승과 주가 하락 등의 부작용이 더 커서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때쯤 되면 트럼프도 생각을 바꿀 수도 있겠으나 한국 경제는 피해를 본 뒤일 수 있다.
케일리쉬가 말한 것은 산업 공동화(空洞化)와 수출 부진이다. 관세 부과를 피해 이미 미국으로 공장을 옮긴 한국의 주력 기업들은 트럼프의 엄포에 추가로 공장 이전과 투자를 약속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삼성전자, 포스코 등이 그런 경우다. 우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국내 제조업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은 수출 의존형 경제인 한국 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아직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지 않았는데도 4월 수출액이 급감하며 수출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케일리쉬는 기술, 외교, 시장 다변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는데 다 맞는 말로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술 차별화와 비용 절감을 바탕으로 한 혁신이 이 위기를 극복할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다른 나라의 제품을 이기려면 기술혁신 외에는 답이 없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없다 해도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저성장기에 들어선 한국 경제의 활로는 기술뿐으로 어떤 뾰족한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수출 대국을 유지하는 길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오대양 육대주로 수출 전선을 넓혀나가는 도리밖에 없다. 미국 외의 다른 선·후진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확대해 교역량을 늘리면 미국과의 교역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을 찾다 보면 트럼프의 위험한 정책을 회피하면서 큰 피해 없이 우리 경제를 지켜낼 길이 열릴 수 있다.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은 다 같은 처지에 놓여 있으므로 협력하기도 어느 때보다 쉽다. 미국발 외생변수와 상관없이 전통적 제조업에서 탈피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정책의 변환을 논할 시점도 됐다. 위기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개선할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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