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조사 끝내고 제재 착수
정보교환 담합에 대출 영향 지적
수천억원대 과징금 가능성에 긴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르면 상반기 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지난 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공정위는 재조사를 마무리하고 은행들의 소명 절차를 거쳐 제재 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다.
정보교환 담합에 대출 영향 지적
수천억원대 과징금 가능성에 긴장
공정위가 과징금 규모를 수천억원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대출 진행 전 정보를 주고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 교환에 따른 은행의 실익이 없고, 고객의 피해도 없었던 만큼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8일 4대 은행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시장경쟁을 제한해 은행은 부당이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침해(공정거래법 위반)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4대 은행의 LTV 정보공유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재심사를 결정했다. 이번 재심사로 4대 은행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제재하는 첫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 정보를 주고받아 경쟁이 제한되는 경우 이를 담합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전원회의에 공정위 측 참고인으로 참여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들은 정보교환 그 자체는 인정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정보교환 그 자체가 담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적극 항변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교환 담합이 사실이라면 각 은행들의 LTV가 동시에 내리거나 조정됐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 것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교환 이후 '모종의 합의'가 있어야 담합인데 합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은 현장에서의 LTV 정보교환은 단순 업무효율 향상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주택담보대출처럼 기준가가 비교적 명확하고, 정부 규제에 따라 정해져 있는 개인영업이 아닌 기업대출에 있어 차주의 상환능력을 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A은행이 상가 건물을 담보로 대출할 때 만약의 경우 즉 차주가 상환하지 못했을 때 그 담보를 얼마에 처분할 수 있을 지를 고려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이 과정에서 B·C은행은 해당 담보물건을 얼마의 가치로 보고 있는지, LTV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은 물론 동네별, 물건별 LTV 산정기준은 다 다르다"며 "새로 분양한 건물, 공실로 오래 방치된 물건, 수년간 경매 낙찰 사례가 없어 데이터가 부족한 담보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한 것 뿐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가 받은 피해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LTV를 올려 대출을 많이 해주면 은행은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왜 은행이 정보교환을 통해 LTV를 낮추겠나"고 짚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LTV 정보 공공성을 인정해 정보교환을 허용하고 있는 점도 담합이 아니란 논거로 제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대출할 때마다 감정평가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담보에 대한 감정평가를 한다"면서 "그 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데 공정위 주장대로 LTV만으로 대출을 해준다면 은행이 감정평가사에게 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LTV가 단순 참고 자료일 뿐 제조업체의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것이다.
mj@fnnews.com 박문수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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