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올해 개선 과제 71건을 건의
그린벨트내 공장 확장 관련 규제 등
그린벨트내 공장 확장 관련 규제 등
기업들의 건의를 받아 취합한 71건은 각종 법률과 행정 절차로 정해진 규제들 가운데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아마도 기업으로서는 가장 급하다고 생각하는 규제들일 것으로 본다.
그중에서 한경협이 하나의 예로 든 것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공장의 확장에 관한 규제다.
왜냐하면 공장 확장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면 그린벨트가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로서는 매우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규제다. 영업이 잘돼 공장을 키워야 하는데 이런 규제에 걸리고, 그렇다고 그린벨트 밖의 땅을 매입해 공장을 옮기는 것도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내 공장 사례는 기아의 전기차 생산 기지가 된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을 들 수 있다. 1970년 공장을 지은 후 느닷없이 공장 부지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그동안 부지와 건물을 확장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대만 TSMC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고 50년 이상 된 그린벨트를 풀었던 일본의 경우와 대비된다. 낡은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나아가 경제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토랜드 광명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공장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기업은 부득이 공장을 다른 곳에 또 지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물류·전기·가스 비용을 중복 부담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들로 인한 기업들의 고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때만 되면 규제 완화책을 발표하면서 개선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있다. 발표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국회가 규제 철폐를 위한 법안을 선뜻 통과시켜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품시장규제지수(PMR)는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0위로 하위권이다. 순위가 낮을수록 규제가 강하다는 뜻이다. 그나마 2018년 33위에서 크게 올라선 것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규제가 강한 축에 드는 국가다.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면서 여러 나라들이 규제 완화나 철폐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우리만 옆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재계의 건의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합리한 규제들을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봐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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