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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성장 늪 빠졌는데 추경 놓고 하세월인 정치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4 19:22

수정 2025.04.24 19:22

1·4분기 경제성장률 -0.2% 발표
속히 합의해 성장 마중물 부어야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1%로 집계됐다. /사진=뉴스1화상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1%로 집계됐다. /사진=뉴스1화상
우리나라 경제가 결국 뒷걸음치고 말았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했다. 설마했던 역성장 재앙이 현실화됐다.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우리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치 않다. 지난해 2·4분기 -0.2%를 기록한 뒤 세 분기만에 또 역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역성장 수치가 1년 새 두 번이나 나타났다면 저성장 늪으로 본격적으로 빠져드는 시그널이 아닌지 심각히 우려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주 한국 경제가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고 언급한 점과 맥을 같이한다.

성장 둔화가 1·4분기에 그치지 않을 것 같아서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근거는 한둘이 아니다. 2·4분기뿐만 아니라 연간 성장률도 예상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게 확실하다. 이미 일부 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0%대로 예측하고 있다.

2·4분기로 들어서면서 대내외 경제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의 상호관세로 압박하면서 글로벌 무역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일부 품목별 관세는 이미 부과됐다. 일률적 상호관세 시행은 잠정 연기됐으나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알 수 없다. 위험을 덜기 위해 각국 기업들은 밀어내기 수출 물량을 급격하게 늘려왔다. 저가 밀어내기 물량이 재고로 쌓여 있어 2·4분기부터 우리 수출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 성장률을 낮춘 이유로 꼽은 국내 정치 혼란도 실질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를 이끌어 갈 국가 최고지도자가 없는 국정 공백이 반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 국정이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미국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는 와중에 국내 정치 혼란으로 내수가 고꾸라지는 겹악재에 빠져 있는 셈이다.

복합 위기에 처해 있지만 비관론에 빠질 게 아니라 탈출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시급한 과제는 추가경정예산 국회 통과다. 추경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은 심화되고 있으니 국민들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추경도 골든타임이 있다. 1·4분기에 집행했더라면 역성장을 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추경예산안 시정연설을 했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민생 관련 배정액이 적고 총규모도 위기 타개에 부족하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그러나 국가 재정 현실을 따져보며 추경을 짜는 게 정부 본연의 역할이다. 추경 규모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국가 재정 안정성을 해치면서까지 추경을 늘리기는 어렵다.

정부가 짠 12조2000억원 추경안에는 재해·재난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 민생안정 등 급한 분야가 빠지지 않았다. 여야가 정부안을 놓고 합의하더라도 국회 심의, 의결과 행정 절차를 거쳐 집행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 바로 통과시켜도 늦은 것이다. 일단 합의하고 추후 증액 문제를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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