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미 경기둔화 우려가 주택 시장을 덮쳤다.
주택 시장 극성수기로 연중 가장 거래가 활발해야 할 3월 미 기존주택 거래가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봄 이사철에도 거래가 급감하면서 미국인들의 자산에서 비중이 절대적인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소비가 움츠러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의 3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비 5.9% 급감해 연율기준 402만 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월 거래 실적으로는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 기존주택 거래는 지난해 3월에 비해서도 2.4% 적었다.
또 전월비로는 모든 지역에서 거래가 위축됐다.
특히 집값이 비싼 서부 지역의 거래가 9% 넘게 감소하는 등 타격이 컸다. 다만 서부 지역은 전년동월비로는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했다. 강한 일자리 창출이 그 배경으로 분석됐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 로런스 윤은 “3월 주택 구입, 매도 모두 지지부진했다”면서 “집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기지뉴스데일리(MND)에 따르면 3월 기존주택 판매 실적에 반영되는 1월과 2월 주택 매매계약 당시 모기지 금리는 높았다. 30년 동안 고정된 금리로 원리금을 갚는 방식인 30년 고정금리가 7%를 웃돌았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2월 20일 이후에야 꾸준하게 하강했다.
3월 봄 이사철 주택 거래 둔화는 미 집값 하락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최대 자산인 주택 가치가 감소하면 ‘부의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고, 이에따른 ‘부의 효과’로 소비자들의 소비가 탄탄하지만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미 경제의 주춧돌인 소비가 흔들릴 수 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채권 시장과 극히 대조적으로 주거 부동산에서 가계 자산은 계속해서 신고점을 찍었다”면서 주식, 채권 시장 약세 속에서도 올해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방준비제도(연준) ‘자금 흐름’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 자산 가치가 52조달러에 이른다”면서 “이 경우 집값 상승률이 1% p 오를 때마다 가계 자산은 대차대조표상 5000억달러 넘게 불어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 속에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소비가 직접 타격을 받지 않는 배경이 바로 집값 강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봄 이사철 극성수기에도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미뤄볼 때 미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고, 이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미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트럼프 관세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쳐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의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들 것이어서 소비 감소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다만 집값이 떨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주택 건축 현장에서 일하던 저임금 이민자들이 쫓겨나 건설 현장이 심각한 인력난을 보이고 있고, 주택 건축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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