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김승준 기자 = 한국과 미국이 '2+2 통상협의'로 관세협상의 첫발을 뗀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협의가 '협상 기반'을 마련하는 진전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협의 이후 미국 측의 반응을 언급하며 "섣부르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2+2 통상 협의'(Trade Consultation)를 진행했다.
정부는 오늘 회의의 성과로 "앞으로 협의의 틀을 마련했다는 것"을 꼽았다. 최 부총리는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도 협의가 '매우 성공적'(very successful)이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 측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면서 "그들이 이를 이행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베선트 장관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 주 초에 합의에 이르면 기술 세칙에 대해 협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주의적 합의, 큰 진전" "너무 많은 양보 우려"…베선트 발언은 "협상전략" 분석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향후 구체적 협상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협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베선트 장관 발언을 빌미로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서로 만나서 향후 논의를 통해 세부사항에 대해 협상하자는 상호주의 원칙하에 합의를 이룬 것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구체적 결과가 나오긴 힘들지만, 큰 틀에서 어느 정도 협상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린 건 본인들인데, 그걸 다른 나라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A game'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면 많은 것을 퍼준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먼저 나서서 갖다 바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안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일본이랑 했을 때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 'A game'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상당 부분 양보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방위비의 경우 논의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발표한 4가지 의제로만 결정이 된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미국 측은 'A game'과 합의 서명을 언급하고 방위비 부분도 포함됐다는 식으로 말해 우리 측과 큰 차이가 있다"며 "정확한 평가는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측의 긍정적인 반응은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수동 한국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은 "70분 동안 첫 만남에서 대단한 것을 얻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데 (베선트 장관이)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과장된 것 아닌가 싶다"며 "세부 사항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기보다는 협상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입 모아 "차분히 협상 이어가야"…"현 정부선 안돼" 지적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향후 신중하고 차분하게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실장은 "상호관세 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의 요구가 가능한지 신중하게 검토해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식 교수는 "에너지·농산물 등의 수입을 늘려 대미흑자를 줄여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이를 통해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현재 달러·원 환율이 낮아지는 것은 수입물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환율 측면에서도 양보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송영관 연구위원은 "알래스카 LNG와 조선업, 자동차를 묶는 패키지로 간다면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으니 빨리 협상을 끝낼수록 좋다"며 "그러나 미국이 그 정도로 끝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6·3 조기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현 정부가 중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세은 교수는 "조선 협력의 경우 우리에게도 이득이 있으니 계속 협의해야겠지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문제는 (협의를)한다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며 "농산물 등 일정 부분에 대해 양보할 것은 하더라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협상의 물꼬는 열어놓고 다음 정부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교수도 "미국이 만족할 만한 협상을 하고 몇 년 후에 보면 우리에게 굉장한 불리한 협상이 많았다"며 "중국 관세를 내릴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트럼프가 약해진 국면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다음 정부가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너무 많이 줄이게 된다. 지금 정부에서 절대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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